대통령의 공개 질책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거취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1월24일 협약 체결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던 모습. /사진=뉴스1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질책 이후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는 해석이 확산된다. 공기업 사장 임기 보장 원칙과 정치적 책임론이 다시 충돌하는 가운데 전임 구본환 사장 사례가 재소환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사장에게 "책갈피처럼 100달러짜리를 끼워 넣어 외화를 밀반출하면 안 걸린다는데 사실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사장은 "현재 기술로는 발견이 어렵고 불법 외화 반출 단속은 세관 업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대통령은 "안 걸린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전수조사를 주문했고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의 업무 이해도와 대응 태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 사장은 이후 14일 SNS를 통해 "당황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불법 외화 반출 단속은 관세청 소관이며 인천공항공사의 역할은 '위해 물품 검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인천공항공사와 세관 간 체결된 경비·검색 업무협약(MOU)에는 '미화 1만달러 초과 외화'가 검색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질책을 단순한 문답 차원이 아닌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 제10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각종 악재가 누적돼 왔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 크다. 지난 3월 인천공항공사 소속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연속 야간근무와 인력 부족 문제를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은 총파업 경고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인천공항공사는 최근(2024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023년 A등급에서 C등급으로 두 단계 하락했다.

인천공항 사장직을 둘러싼 정치 리스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 구본환 8대 사장 역시 정치권과의 충돌 끝에 중도 해임된 전례가 있다. 구 전 사장은 2019년 4월 취임해 2020년 9월 해임 통보를 받기까지 총 532일을 재임했다. 비정규직 인사 문제와 법인카드 사용 논란으로 정치적 공방이 본격화된 2020년 6월 이후 실제 해임까지는 약 10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구 전 사장은 이후 해임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해 사장직에 복귀했고 후임으로 임명된 김경욱 9대 사장과 한동안 '한 지붕 두 사장'이 존재하는 각자대표 체제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공사 내부 혼란과 경영 공백 논란이 불거지며 공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학재 사장을 둘러싼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질책 이후 사퇴 압박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사장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여론과 임기 보장 원칙이 충돌할 경우 또다시 장기 소송과 경영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