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전날 '2026 비즈니스 전략 컨퍼런스'를 열고 중장기 생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GM은 제품 업그레이드와 시설 투자를 위해 3억달러(약 4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생산 기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GM의 확고한 약속에는 변함이 없으며 그 어느 때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의 투자 금액 3억달러에는 이미 집행된 금액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GM 측은 집행된 금액의 규모와 향후 잔여 투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신차 개발이나 신규 라인 증설이 아닌 현상유지를 위한 것으로 본다. 현재 부평과 창원에서 생산 중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및 연식 변경을 위한 금형 수정 비용 등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적인 신차 1종 개발에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비용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할 때 3억 달러는 공장 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유지 보수 비용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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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4종 '전량 수입'… 한국 공장 생산 배정 '0'━
회사에 따르면 GM은 2026년 GMC 모델 3종과 뷰익 모델 1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전량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수입 모델이다. 노조는 뷰익 브랜드의 '엔비스타'(Envista) 국내 생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사측은 이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이 글로벌 생산 거점보다는 완성차 수입 판매 법인(NSC)으로서의 역할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전날 발표에서 한국이 북미를 제외하고 GM의 4개 브랜드를 모두 도입한 첫 번째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판매 네트워크 강화를 시사했다.
노동조합은 GM의 이러한 행보가 과거 호주에서의 철수 사례와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GM은 과거 호주 법인(홀덴)의 생산 공장을 폐쇄한 뒤 판매 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하다 최종 철수한 바 있다.
한국GM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등 전기차 도입을 예고했으나 국내 공장의 전기차 생산 배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공장이 전기차 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와 함께 공장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서비스 축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의혹을 키운다. 최근 한국GM은 내년 1월1일부터 전국 9개 직영센터의 애프터세일즈와 정비 서비스 접수를 중단하고 같은 해 2월15일부터 운영을 종료할 예정이다. 고객 서비스는 기존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계속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세종 부품물류센터의 외주화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세종물류센터 하청 노동자 120명은 집단 해고 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헌 한국GM지부 노동사무실장은 "생산과 미래차 개발 계획 없이 수입차 판매 라인업만 확대하는 것은 한국 공장의 생산 기능을 축소하고 판매망 위주로 재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현재 진행 중인 직영 정비 사업소 축소 움직임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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