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5]재계, AI·반도체 중심 수십조 투자 보따리 풀다

지난달 11월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걷히자 재계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재계는 미국 관세 정책의 잦은 변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10월 29일 경주 APEC 참석차 한국을 찾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한 뒤 상호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의약품 등 품목 관세도 최혜국 대우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16일 한미 관세 협상 세부 사항 조정을 마무리한 정부는 재계와 만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 회장·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구광모 LG 회장·정기선 HD현대 회장·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여승주 한화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향후 투자·고용 계획을 밝히며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한 '선물 보따리'를 내놨다.

셀트리온을 제외한 6개 기업 총수가 이날 내놓은 국내 투자 규모는 최소 1301조2000억원에 달한다. 고용 계획은 최소 17만명을 웃돌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고 6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며 SK그룹은 최대 600조원을 투자해 8만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에 1만명 고용을 목표로 제시했다. LG그룹은 5년간 국내에 1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는 조선·방산 부문에 11조원을, HD현대는 인공지능(AI) 기계·로봇(8조원)과 조선해양(7조원) 분야를 합쳐 총 15조원을 투입한다.


재계 총수가 발표한 투자 계획은 AI·반도체·로봇 등 첨단 분야에 집중됐다. 이재명 정부가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한 국내 산업 위축 우려를 염두에 둔 가운데 각 기업은 핵심 연구와 인재 육성에 필요한 인프라는 국내에 집중하고 해외는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방향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6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경기도 평택 5공장 프로젝트 건설을 재개했으며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그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초격차 반도체 인프라 구축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미래 신사업·R&D·경상투자 등 3대 분야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회의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이번 국내 투자의 핵심은 국내 AI와 로봇 산업 육성"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미국 조선소 진출 계획을,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잠수함 수요 대응을 위해 국내외 조선소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