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와 자본시장의 지형을 바꿀 대형 입법들이 잇따라 국회 문턱을 넘으며 기업 거버넌스가 재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민주노총, 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새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와 자본시장의 지형을 바꿀 대형 입법들이 잇따라 국회 문턱을 넘으며 기업 거버넌스가 재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노동조합의 권리를 강화하는 '노란봉투법'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안'이 단계적으로 현실화되면서 노동 개혁 기조와 한국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입법화라는 실체를 갖추게 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본회의 통과다. 법안 발의 10년 만에 결실을 본 이 법안은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핵심으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산업 현장의 안전과 권익을 강조해온 흐름이 입법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계는 원청 상대의 파업이 일상화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 시행 과정에서 노사 간의 첨예한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지배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상법 개정 역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1차 개정안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으며 주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자 주총이 의무화됐다.

이어 통과된 2차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를 골자로 한다. 이는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이사회에 반영하고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개정안까지 준비하며 자본시장 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입법 랠리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투명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 재계의 표정은 어둡다. 이사회의 책임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지면서 소송 리스크가 커지고 이는 결국 공격적인 중장기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