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2026년 코스피 5000 달성을 전망하며 AI 반도체가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 내다봤다. 사진은 11월3일 코스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4221.87을 나타내고 있는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뉴스1
증권가가 2026년 코스피 5000 달성을 전망하며 AI 반도체가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에 대해서는 정부의 부양 정책에 따라 1000선 도달이 가능할 것이라 분석했다.
2025년 한국 증시는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이뤄냈다. 새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2398.94였던 코스피 지수는 12월22일 종가 기준으로 4105.93를 나타내 71.16%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11월3일에는 종가 사상 최고치인 4221.87을 찍기도 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제 코스피 5000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AI 반도체 상승세와 정부의 주식 부양 정책 등을 감안하면 아직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이 제시한 내년 코스피 지수 평균은 최저 4100선에서 최고 5400선 정도였다.


조수홍 NH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도 코스피 예상 밴드는 4000선에서 5500선"이라며 "2026년도 EPS(주당 순이익) 추정치와 향후 12개월 PER(주가수익비율)이 동시에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 및 배당 분리과세 시행과 함께 AI 기술주 투자 사이클이 코스피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 변동 레인지로 최저 4600선에서 최고 5089선까지 전망한다"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장기적 상승 예상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피 전체의 연간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5% 이상 증가한다면 최소 4600선까지는 다다를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신중한 시각도 있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피의 상승세는 매우 예외적"이라며 "70% 가까이 상승한 흐름을 기준으로 내년을 그대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여전히 한국 주식은 저평가됐지만 문제는 미국"이라며 "미국장이 조정을 받는다면 한국만 흐름을 벗어나긴 어려워 예단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대수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WM추진부 팀장은 코스피 전망치를 내놓으며 은행과 부동산 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한금융그룹이 제시하는 코스피 폭은 3700선에서 5000이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면 5600까지도 가능하다"며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으로 인해 은행 예금과 부동산 자금이 증권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반도체와 AI 관련주, '거품론'에도 2026년 코스피 상승 주도… 코스닥 1000, 정부 부양 의지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AI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주가 코스피 5000을 견인할 것이라 관측했다. 사진은 10월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치맥 회동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AI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주가 코스피 5000을 견인할 것이라 봤다. 조수홍 센터장은 "AI 반도체 설비 투자가 이어지며 반도체 업종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에 더해 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피지컬 AI와 AI 소프트웨어 업종도 상승세에 힘을 실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진우 센터장 역시 "DRAM과 NAND 등 메모리 반도체 상승 국면이 과거보다 더 길고 구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구글의 TPU와 엔비디아의 GPU 기술 우위 경쟁 속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겠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에 대해서는 1000선 도달이 가능하겠지만 정부의 부양 의지와 정책이 관건이라고 했다. 조수홍 센터장은 "2025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수익률 차이는 역대 최대까지 확대됐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두 지수 간 수익률 차이가 평균으로 회귀할 것이란 점에서 내년에는 코스닥에도 기회가 존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 자금이 벤처 펀드로 유입되는 한편 국민성장 펀드 투자도 예정돼 있다"면서 "AI 반도체를 비롯한 신성장 사업에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는 코스닥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코스닥 시가총액이 100조원 더 늘어난다면 지수는 1100까지 도달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진우 센터장도 정부의 코스닥 부양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국민성장펀드에 더해 증권사의 모험 자본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가 연기금이나 IPO, 상장구조 개편 등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를 이어간다면 코스닥 1000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험 자본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유망 섹터로는 반도체와 함께 조선과 방산 종목이 제시됐다. 조수홍 센터장은 "조선과 방산 분야 등 기존 주도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관세 협상과 MASGA 등으로 정책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 관측했다.

김대수 팀장은 특정 섹터보다는 적절한 분산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상승주가 반도체와 조선, 방산, 원자력에 이어 바이오 등으로 전환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이 때문에 특정한 종목을 찍어 투자하는 것보다는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투자하길 권한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코스피 상장사지만 이 회사들의 수혜를 받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면서 "두 시장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코스닥 투자 시 특정 기업을 찍기보다는 코스피 기업과의 공급망을 고려해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