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13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다가 9월24일 1404.97원으로 마감해 다시 1400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10월과 11월 동안 환율은 140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했고, 12월 들어서는 1460원에서 1470원대를 오르내리다 지난 22일 장중 1480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4월8일(1486.50원) 이후 약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일반적으로 고환율 국면은 서학개미 현상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 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외국인은 오히려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외국인은 3조889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규모는 크게 늘었다. 외화증권예탁결제현황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621억1700만달러(약 240조원)에 달한다. 이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원화 약세가 이어진 주요 배경으로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이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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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 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개인은 서학개미 형태로, 기업은 관세 회피나 공급망 재편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FDI)를 확대하고 있고, 정부 역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등 중장기 해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무역 흑자 축소 우려와 해외 투자 확대 기대가 맞물리면서 환율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환율의 장기화는 물가와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오 단장은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물가 압력을 키우고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한다"며 "실물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에서 통화정책이 환율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환율이 전체적으로 레벨업 됐고 변동성도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하에선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며 "외환 당국의 경우 환율 급등 관련 속도 조절 장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다만, 글로벌 달러 환경만 놓고 보면 원화 약세가 과도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선 미 연준(Fed)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장기 금리는 점진적인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통상 미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은 이러한 대외 요인보다 국내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가 더 크게 작용하며 하방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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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단기간 내 방향성 전환 쉽지 않아"━
당국의 환율 방어 조치에 대해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한국은행 간 외환스와프 및 환헤지 연장 등은 현물환 매입 수요 흡수 및 외환시장 안정화 기여 효과가 있다"며 "선물환포지션 규제 및 외화유동성 규제 완화 등의 유동성 확보 조치가 함께 발표돼 현물환 시장과 자금조달 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조치가 총출동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단기간 내 방향성 전환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당국의 조치가 제한적인 가운데 시장은 1500원을 눈앞에 두고 국민연금의 환헤지 단행 여부와 강도에 기대를 거는 형국"이라며 "대외 재료와 원화가 디커플링된 가운데 투자를 고려한 대내 수급은 꾸준히 달러 매수 우위로 판단돼 연말 종가는 1400원대 중후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FX 연구원도 "수입 업체 결제를 필두로 한 달러 실수요 매수세가 환율 하단을 공고히 하고 있어 환율 하락이 제한적"이라며 "BOJ 금리 인상을 무난히 넘기면서 미국 기술주 중심 주식 랠리가 나타났는데 이것이 서학개미의 투자 심리를 부추겨 달러로의 환전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증시 순매수와 수출업체 네고 등 고점매도 부담은 환율 상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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