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 등 방산 빅4의 누적 수출액은 연간 30조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1~3분기 누적 수출액만 27조원을 넘기며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반도체에 이어 한국 제조업 수출의 '효자' 산업으로 방산이 자리 잡았다는 관측이다.
실적을 견인한 핵심 축은 유럽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체결한 폴란드 K2 전차 180대 공급 계약에 따라 지난해까지 98대, 올해 82대를 인도하며 물량 대부분을 소화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폴란드를 중심으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인도를 확대했다. 가격 대비 성능과 빠른 납기라는 강점이 동시에 검증되면서 한국산 무기체계는 유럽 재무장 수요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중동에서는 천궁-II 방공체계를 중심으로 수출이 이어졌고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을 포함한 협력 방식이 병행되고 있다. 동남아 지역도 공군·지상 전력 현대화 수요를 중심으로 한국 방산기업과의 접점을 넓히는 흐름이다. 또 지난 21일(현지시각)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에스토니아와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내 보폭을 넓히기도 했다.
수출 방식의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단품 무기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 이전, 현지 생산, 유지·보수·정비(MRO)를 묶은 패키지 수출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구조 변화는 수주 잔고에서도 확인된다. 방산 4사의 수주잔고는 2021년 말 40조원대에서 올해 3분기 기준 90조원 이상으로 늘어 앞으로 4~5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미국과의 협력 확대 역시 주목된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연속 수주하며 미국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정부 역시 정상외교와 방산 세일즈를 연계하고 수출금융과 제도적 지원을 확대하며 기업들의 해외 수주를 뒷받침했다. '민관 공조'가 없었다면 단기간에 수출 30조원에 근접하는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이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세계 10위권 수준인 방산 수출 순위를 중장기적으로 4위권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다만 유럽의 방산 블록화와 경쟁국과의 패키지 수주 경쟁 심화, 기술 이전 확대에 따른 수익성 관리는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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