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지난 9월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의 합작법인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종민
2025년 플랫폼 업계는 '생존'이라는 절대 명제 앞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합종연횡의 해로 기록됐다. '유통 공룡' 쿠팡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이 거세지자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발빠르게 실리를 택했다. 이른바 '반(反)쿠팡 연합전선' 구축이다. 첫 소식은 유통 명가 신세계그룹에서 나왔다. 신세계는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C커머스의 공습을 막기 위해 오히려 호랑이 등을 타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적과의 동침'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협력으로 신세계는 셀러들의 글로벌 판로를 확대하고, 알리익스프레스는 우수 셀러 확보와 소비자 편의 강화 등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올해 4월 네이버는 물류 강화를 위해 컬리와 동맹을 맺는다고 발표한 데 이어 9월에는 컬리N마트를 출범했다.컬리의 물류 자회사인 컬리넥스트마일이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에게도 샛별배송 및 냉장·냉동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강력한 쿠팡 대항마로 떠올랐다.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국내 1위 물류 업체 CJ대한통운과의 제휴에 이어 신선식품 강자 컬리와 동맹을 맺으며 물류 강화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자체 물류 인프라가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컬리의 '콜드체인'(저온 유통) 시스템과 '샛별배송'(새벽배송) 네트워크로 극복한 네이버는 이번 동맹을 통해 약점으로 꼽히던 신선식품 배송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업계는 네이버-컬리 연합을 두고 쿠팡의 '로켓프레시'와 대적할 만한 대항마가 등장한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