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헤리티지홀은 말과 인류의 동행부터 지역 내 말 관련 유적, 부산 경마의 변천사, 역대 명마들의 기록을 담아낸 기록 저장소다.
헤리티지홀은 말이 인류와 함께해 온 오랜 역사적 여정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원전 1만7000년경의 라스코 동물벽화부터 가야 시대 유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이동과 문명 발전에 기여해 온 말의 역할을 풍부한 사진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부산과 경남 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말 관련 지명 유래를 다룬 전시가 눈길을 끈다. 말을 내려 예를 갖추던 양정동의 '하마정', 빠른 말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는 '절영도', 말갈기 모양의 지형인 '마비등' 등 지역명 속에 숨겨진 말과의 인연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 근대 경마의 변천사도 생생하게 되살렸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순회 경마를 시작으로, 1930년대 전국적 규모를 자랑했던 서면 경마장의 전성기와 1957년 운영 중단에 이르기까지의 격동기를 당시 스크랩 기사와 사진 자료로 전시했다. 이후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하며 48년 만에 지역 경마의 명맥을 다시 잇게 된 건립 과정도 상세히 다뤘다.
전시관의 하이라이트는 부산경남이 배출한 전설적인 명마들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실제 예시장(패독)을 모티브로 꾸며진 이 공간에서는 선천적 장애를 극복한 '루나', 한국 경마 사상 최다 17연승의 '미스터파크', 대통령배 4연패의 '트리플나인' 등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은 10두의 명마를 대형 패널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명마 탄생 뒤에 숨겨진 조교사, 관리사, 기수 등 경마 종사자들의 헌신을 조명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수십 년간 보관해 온 우승마의 편자, 기수들이 실제 착용한 장비 등 현장감이 살아있는 기록물들이 함께 전시되어 감동을 더한다.
헤리티지홀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별관 1층 '미스터파크 라운지'에 위치해 있으며, 내년 렛츠런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마사회는 관람 수요에 따라 공개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엄영석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장은 "헤리티지홀은 지난 20년간 렛츠런파크를 거쳐 간 수많은 말들과 경마 종사자들의 노력, 그리고 고객들의 성원을 기록한 공간"이라며 "말과 함께해 온 부산경남의 역사와 발자취가 시민들에게 자부심으로 다가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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