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 대학을 졸업한 뒤 석사 학위를 딴 강찬호씨(32·가명)의 푸념이다. 대학교 행정직 정규직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 강씨였지만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점에 그친다고 하소연했다. 재산과 연봉 수준, 부동산 유무 등이 사회적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강씨는 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이 받는 사회적 압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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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대로 걸어왔지만… "부동산 없는 내 삶은 5점"━
강씨의 삶을 살펴보면 부족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는 스스로의 삶을 10점 만점에 5점으로 평가했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학력이나 직업이 주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게 핵심적인 이유다. 자신의 삶은 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는 게 강씨 시각이다. 그는 "요새는 사회적 기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직장 외에 연봉이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내 집 마련 여부 등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과거를 기준으로 했을 땐 제 삶이 7~8점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강씨는 사회적 기준이 상향 평준화된 주된 이유로 미디어를 꼽았다. 관찰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됐고 이들의 삶이 하나의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씨는 평가했다. 미디어 영상을 숏폼 콘텐츠 형태로 유통하는 SNS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들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삶을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사회적 기준 상향 평준화를 이끈 배경 중 하나로 언급했다.
강씨는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삶을 접했을 때 자신의 삶과 비교하고 자신보다 우월한 삶을 닮고 싶어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남을 신경 쓰지 말고 내 삶을 꾸리자'라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요새는 '기왕이면 남들이 사는 곳에 집을 구해야지' '남들은 멋진 곳에서 행복을 즐기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 속상하네'라는 등의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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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 앞에 결혼 걱정… 자조 섞인 '도태남' 농담━
강씨는 흔히 결혼의 조건 중 하나라고 언급되는 내 집 마련에 대한 가능성도 낮게 평가했다. 자신의 급여 수준과 대출 규제 등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에서 번듯한 집을 매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도 잘 안 나오는 말 그대로 '노답'이라는 것. 그는 어쩔 수 없이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야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평생을 살아온 수도권에서 계속 삶을 이어가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따져보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직주근접'은 물론이고 지금껏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도 모두 포기하고 외곽으로 밀려날 처지"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청년들을 행해 '바닥에서 시작해서 삶을 일구면 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한때 가장 기본으로 여겨졌던 결혼과 독립이 지금은 여유가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처럼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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