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30년까지 ESS 시장은 연평균 21~27%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설치 용량도 지난해 대비 2035년 12배인 7.3TWh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다. AI 산업 성장세가 가파르고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어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크다. 한국 기업이 주력으로 노리는 북미 시장은 2023년 17GW에서 2030년 80GW까지 배터리 저장 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시장도 2030년까지 연평균 20%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ESS 사업 부문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시장 확대와 EV 부문 매출 부진이 겹치며 경영 방향을 ESS로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는 최근 인력을 ESS 부문에 집중 배치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 조직을 통합해 ESS 생산 확대에 나섰다. SK온은 대표이사 직속 부서로 ESS사업실을 두고 전진 배치했다. 내년부터 3사 간 ESS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점도 조직 개편 배경으로 꼽힌다.
북미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지난 7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이 시행된다. 현재 미국 ESS 시장의 주류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중국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그러나 OBBBA 적용 시 중국은 '금지외국기관(PFE) 및 물적지원(Material Assistance) 규제'에 따라 첨단제조 세액공제 등 연방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고율 관세도 단계적으로 40%대까지 인상돼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두 차례 계약 해지를 겪은 LG에너지솔루션도 올 초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을 ESS용 LFP 배터리 생산 기지로 전환했다. 캐나다 윈저 공장 내 일부 EV 생산 라인도 ESS 배터리 라인으로 바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 포드와의 전기차 공급 계약과 지난 26일 독일 FBPS와 체결한 미국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했으며 해지금은 총 14조원가량에 이른다. 회사 관계자는 "ESS 사업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라인 전환과 리밸런싱을 통해 ESS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라인 전환 계획은 없다.
SK온은 지난달 중국 합작법인 관계를 정리한 데 이어 지난 11일 포드와 미국에서 운영하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청산하며 구조를 단순화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미국 테네시 공장을 직접 맡게 돼 중장기적으로 ESS 시장 전초기지로 운영할 전망이다. 조지아주 공장에서는 ESS 배터리 생산을 확대했다.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ESS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두는 등 회사 차원에서 ESS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테네시 공장을 활용한 ESS 배터리 생산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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