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 여부를 다시 들여다본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지난 11월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택배기사 오승용 씨의 누나 오혜리 씨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 여부를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이 30억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한 정황이 제기됨에 따라, 형인 김범석 의장에 대한 '동일인(총수) 지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취지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청문회)에서 주 위원장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답변을 남겼다.


김 의원은 "김유석 부사장이 임원으로 돼 있지 않은데, 작년에 받은 급여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합치면 30억원 정도로 형인 김범석 의장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이런 경우가 다른 임원에게도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로저스 대표는 "그 정도 되는 임원으로서 그 급여(30억원)는 비슷한 다른 임원들보다 낮은 축에 속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즉각 "그러면 김유석 씨가 임원이 맞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로저스 대표는 "김유석은 직원"이라며 "자기 직급의 다른 직원에 비해 평균적으로 임금이 낮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함께 배석한 이재걸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 역시 "임원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30억원 연봉에 대해서는 "비슷한 직급의 분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특별히 많다고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임원이 아닌 데도 이렇게 많은 급여를 주고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으냐"며 "이분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주병기 위원장을 향해 "이런 경우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재검토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현행법상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임원으로 재직하며 경영에 참여할 경우, 해당 자연인(김범석)을 총수로 지정해야 한다. 그동안 쿠팡은 친족인 김유석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을 피해왔다.

주 위원장은 "과거에는 (김유석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 (동일인 지정) 예외 조건을 만족한다고 봤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부사장이 고액 연봉을 받는 실질적 경영자로 판명되면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