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 국회(임시회)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가 쿠팡을 대상으로 이틀째 청문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지난 28일 정부와 상의 없이 발표했던 이른바 '셀프 조사'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쿠팡의 조사를 '성공적 민관 협력 사례'라고 자평하는 한편 의원들의 질의에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회는 31일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정부 지시에 따라 피의자와 접촉하고 기기를 회수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정원은 지시한 적이 없다고 확실히 했다"며 위증 여부를 추궁했다. 이와 함께 관련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로저스 대표는 "민간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이정도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드물다"고 평가했다. 이어 "성공적인 공동 노력에 대해 왜 한국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쿠팡이 발표한 국문 성명서와 영문 성명서의 내용 차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의원은 국문 자료에는 '불필요한 불안감'으로 적힌 대목이 영문 자료에서는 '허위 불안감'(false insecurity)으로 표현된 점을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왜 번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로저스 대표가 질문의 취지에서 벗어난 답변을 이어가자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탈퇴 및 휴면 계정 수, 매출 하락 규모, 주가 하락의 원인 등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에 정 의원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며 설교하려 한다"며 "차라리 녹음기를 트는 게 낫겠다"고 직격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게 낫겠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의원들은 쿠팡 측이 요청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저스 대표는 "한국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답변이 완벽히 통역되지 않고 있다"며 의원들과 맞섰다. 또 "통역사들이 제 말을 완전히 통역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한국 통역 시스템에 대한 의도적인 무시이자 국회 불신을 조장하려는 오만한 태도"라며 "단답식 질문에 장황한 서술식 답변을 늘어놓는 것은 국회 규칙을 지킬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