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미국 소송을 이끄는 SJKP의 손동후 미국변호사는 지난 6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보다 미국 법원에서 쿠팡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승소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손 변호사의 제언 배경은 '증거 확보'의 강제성이다.
손 변호사는 "한국 소송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며 "피해자가 기업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데 정작 중요한 서버 기록이나 내부 보고서는 기업이 쥐고 내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양측이 가진 증거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기업 내부 이메일, 메신저 대화, 서버 접속 기록까지 사건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강제로 내놓게 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제도"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도 '문서제출명령'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 면에서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원고가 "A라는 문서가 저기에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서 콕 집어 달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 내부 사정을 모르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달라고 해야 할지조차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손 변호사는 "미국 디스커버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정보'까지 통째로 요구할 수 있다"며 "기업이 영업비밀이라거나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자료를 숨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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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한국에 있어도… 본사 '지배력' 있으면 강제 대상"━
일각에서는 데이터가 한국 법인(쿠팡)에 있어 미국 법원이 강제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미국 법원의 기준은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누가 통제하느냐'에 있다"면서 "미국 본사가 한국 법인에 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할 힘(지배력)이 있다면 서버가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미국 법원은 공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만약 기업이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거나 제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손 변호사는 "미국 법정에서 증거 인멸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료를 숨기면 법원은 '얼마나 찔리는 게 있으면 숨겼겠느냐'며 해당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간주해버린다"며 "심지어 재판을 끝내고 바로 패소 판결을 내릴 정도로 엄격하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파장이 미국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소송에서 합법적으로 확보한 내부 자료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재판이나 수사에서도 결정적인 증거로 쓰일 수 있다"며 "과거에도 미국 디스커버리를 통해 드러난 내부 문건이 한국 소송의 판도를 뒤집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손 변호사는 소송 참여를 망설이는 피해자들에게 "미국의 집단소송과 디스커버리 제도는 개인이 접근할 수 없는 기업의 내부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라며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기업의 올바른 책임 기준을 바로 세우는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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