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중국 상무부가 일본을 대상으로 이중용도 물자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며 중·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중용도 물자는 민간용으로 생산됐지만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을 뜻한다. 발표문에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도 포함돼 제3국이 일본에 중국산 이중용도 물자를 수출하는 행위도 제지했다.
구체적인 금지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그동안 이중용도 물자 범위에 희토류와 희귀 광물을 포함시켜 왔다. 이번 중국 조치를 희토류 공식 제제로 보는 이유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일본 갈등 국면에서 희토류를 '무기'로 꺼내며 한국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중국의 조치가 한국에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이중용도 물자 수출 금지' 조치는 산업통상부 무역안보정책과에서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발표 내용이 모호한 측면이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점과 맞물려 이번 조치가 한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표면적 대상은 일본이지만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은 해석 범위가 넓어 한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산 희토류를 수입해 한국에서 제조한 제품을 일본으로 수출할 경우 이를 제3국 우회 수출로 판단할지 여부는 한·중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배터리는 민간용 제품이지만 동시에 군용 드론 등에 활용될 수 있어 군수 물자로 분류될 소지가 있다. 일본은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2009년 85%에서 2020년 58%까지 낮췄지만 이번 조치로 첨단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흑연과 중희토류(디스프로슘·터븀)는 대체 공급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반복하면서 한국도 광물 자립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은 이미 중국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장기간 이어왔다. 중국 의존도가 90%에 육박하던 일본이 구조 전환에 나선 계기는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이었다. 당시 중국은 약 두 달간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후 일본은 호주와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탈중국 전략을 본격화했다. 일본 종합상사 소지쯔는 호주 광산업체와 협력에 나섰고 정부는 미국·유럽과도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혼다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모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EV 자석을 제조할 때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한국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여전히 80%를 웃돈다.

반도체·배터리 등 희토류 수요가 큰 산업이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만큼 중국의 수출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민관이 협력해 호주·베트남 등과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기업 중심의 공급망 확보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외교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기업 지원을 통해 해외 희토류 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지난달 16일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클락스빌 제련소 설립에 나선 사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국 중심의 광물 공급망에서 벗어나 한·미가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최근 LS에코에너지도 베트남 희토류 개발을 위해 200억 원대 투자를 단행했고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과 공급망을 구축해 희토류를 조달·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