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과 수출 호조, 2% 성장 목표를 뒷받침하는 동력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수출의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9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당정협의회에서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를 넘어 4500포인트까지 상승하고 수출도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정부는 9일 발표한 '2026 경제성장전략'에서 공공지출 확대와 내수 개선 등 거시정책을 앞세워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1% 안팎 성장에서 눈에 띄게 상향된 수치다.

하지만 코스피 상승과 수출 호조, 2% 성장 목표를 뒷받침하는 동력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수출의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는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의 24.4%를 차지할 만큼 한국 경제에서 핵심 비중을 차지한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과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됐고 자본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해묵은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61억달러 늘었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분은 315억달러에 달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오히려 전년보다 1% 감소했다. 석유화학(-11.4%), 이차전지(-11.9%), 디스플레이(-9.4%) 등 주요 품목이 부진했고 15대 수출 품목 중 9개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 호조가 부각될수록 민생 경기 침체도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3% 급락했다. 지난해 3분기(7~9월)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은 252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고 평균소비성향도 67.2%로 2.2%포인트(p) 낮아졌다. 수출과 주가는 개선됐지만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다.

반도체 호황이 고용으로까지 확산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쉬었음' 상태의 2030 청년은 지난해 10월 기준 73만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 것으로 집계된다. 반도체 산업은 고부가가치 중심이라 생산 증가가 곧바로 고용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고 채용이 고임금·고학력 인력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적 특성도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기 민감도가 큰 반도체에 성장의 무게중심이 쏠릴 경우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실물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이어지는 반도체 호황이 꺾이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수출·경상수지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AI 혁명은 메가트렌드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지만 닷컴 버블과 같은 급격한 조정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호황은 우리 경제의 '양날의 칼'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파장이 과거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