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한국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받아온 차액가맹금 21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확정 판결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 후폭풍이 예고됐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차액가맹금 제도보다 계약의 불투명성이 불공정 행위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피자헛 매장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이 한국피자헛에 대해 "가맹점주와 합의 없이 챙긴 차액가맹금(유통 마진) 215억원을 반환하라"고 확정판결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 파장이 예고된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로열티 체제로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수익 모델을 강제하기보다 '계약의 투명성' 확보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법조계 및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번 대법원판결의 핵심이 차액가맹금 수취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합의 없는 수취'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한 데 있다고 보고 있다. 본사가 유통 마진을 챙기더라도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점주의 동의를 구했다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브랜드는 20여곳에 달한다. 롯데프레시와 같은 유통 업체부터 BHC·BBQ·교촌치킨 등 치킨 3사, 버거킹·맘스터치·두찜·투썸플레이스 등 주요 외식 브랜드가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이번 확정 판결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차액가맹금 제도 자체보다 일부 가맹본사의 기형적인 '3중 수취 구조'와 '불투명성'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브랜드 로열티 ▲필수 물품 마진(차액가맹금) ▲물류 대행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뒷돈)를 동시에 챙기면서도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는 '불투명한 포식자 모델'이 법적 분쟁의 불씨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자체 물류 인프라 없이 덩치만 키운 사모펀드(PEF) 소유 브랜드나 단기간에 급성장한 중소형 프랜차이즈의 가맹계약서를 잘 들여다볼 것을 조언했다. 이들은 제3자 물류(3PL)에 의존하면서 리베이트를 챙기는 등 '깜깜이 구조'를 띤 경우가 많아 향후 소송 리스크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유통 마진 중심 구조를 '매출의 3~5% 수준인 적정 로열티' 체제로 전환하려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본사가 물류 마진을 포기하는 대신 투명한 로열티를 받도록 유도해 가맹점주의 실질 비용 부담을 낮추고 '깜깜이 폭리'를 근절하겠다는 목표다.
정부 "로열티로 가라" vs 업계 "미국과 한국 환경 달라"
업계는 "미국과 한국은 비용 구조와 시장 환경이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국내 가맹본부의 영세성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 10개 미만인 브랜드가 72%, 100개 미만인 브랜드가 96%에 달한다. 협회 측은 "우리나라는 영세 가맹본부가 압도적으로 많아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로열티 계약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며 "현금 매출 누락 등 가맹점의 로열티 회피 가능성도 있어 물류 유통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차액가맹금이 자연스럽게 상거래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 영세·중소 브랜드의 현실을 무시하고 유사 소송이 확산될 경우 줄폐업 사태가 우려된다"며 "사법부와 정부가 업계의 현실과 일반적인 상거래 상식을 감안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리하게 로열티 체제를 강요할 경우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본사가 물류 마진을 남기지 않는 대신 가맹점이 로열티와 별도로 광고비, 기술사용료, 교육비 등을 의무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라며 "겉으로 보이는 수수료는 5~7% 수준이지만 추가 비용을 합치면 가맹점주가 본사에 내야 하는 실질적인 비용 부담은 최대 2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차액가맹금을 받는 대신 로열티와 광고비를 따로 걷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3~5%의 로열티를 강제하면 본사가 로열티를 신설하는 한편 다른 방법으로 마진을 챙기는 '이중 과금' 꼼수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법무 관계자는 "해법은 '로열티냐 마진이냐'의 양자택일이 아닌 '투명성'"이라고 짚으며 "향후 벌어질 법적 분쟁의 승패 역시 수익 모델의 종류가 아니라 본사가 수익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점주와 합의했는지가 가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적 가치 회복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업주들이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는 이유는 브랜드 파워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현행 차액가맹금 관행은 오히려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본사가 이익을 취하는 구조라 문제가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필수 품목 가격의 적정성과 투명성 확보 등 업계의 자정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