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공정위의 부동산 LTV 담합 관련 제재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 시중은행의 정보교환 담합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해 재조사한 뒤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해당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경쟁을 제한해 영업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봤지만, 은행들은 실제 이익이 없었다고 반박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에 대해 LTV 담합 혐의로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중요한 거래조건인 LTV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 시중은행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들의 LTV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서로 교환했다. 특정 지역·종류 부동산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경쟁 은행에 비해 대출금 회수 리스크를 많이 부담하게 되므로 낮췄고, 반대로 낮으면 고객 이탈로 영업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높였다.


이렇게 결정된 LTV는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2023년 기준 4개 은행 LTV 평균은 비담합은행에 비해 7.5%포인트 낮게 형성됐으며 공장, 토지 등 기업 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담보인정비율 평균은 차이가 더 큰 8.8%포인트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각 은행들이 경쟁 은행의 영업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중요한 거래조건인 LTV를 통한 경쟁을 회피할 수 있어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LTV 시장에서 약 60%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대형 시중은행의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돼 차주들의 거래 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이에 은행들은 반발에 나서면서 행정소송 수순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한 단순한 정보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며 부당한 이익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LTV를 정확하게 산정함으로써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해 기업에 적확한 자금공급이 이뤄졌다고 반박한다. 신용대출 마진에 대해서는 그만큼 회수에 따르는 비용도 많다고 설명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로 2조원 규모의 과징금 사전통지를 받은 은행이 이번에 공정위로부터 2700억원대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면 올해 실적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측은 "아직 공정위로부터 의결서 수령 전으로 공식 의결서 수령 이후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