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은 성장과 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방 주도 성장을 강조하면서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광역 통합 추진을 약속했고,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등 호남 이전) 얘기 자꾸 하는데 (입지는) 정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정부 방침으로 결정해 놓은 걸 지금 와서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고 설득이나 유도는 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앞으로 전기요금을 생산지는 싸게, 원거리는 비싸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게 시장경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이라고 하는 게 '에너지 먹는 하마'인데 에너지 비싼 거기에 있겠느냐"며 "에너지 가격이 싼, 송전 안 해도 되는 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수는 어떻게 할거냐"며 "이런 점들을 잘 설득하고 또 다른 데 가서 해도 손해가 안 나게,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또 "지난한 일이긴 한데 대한민국 발전의 거대한 방향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라서 에너지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며 "지방균형발전 등이 지금까지 방향과 반대였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을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전기요금 등 수단을 통해 유도할 수는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성장을 위한 5대 국정운영 기조를 제시하기도 했다. 5대 기조는 ▲지방 주도 성장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 ▲안전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 등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추진 중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지방 주도 성장'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생존 전략"이라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광역 통합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했다.
또 "광역 통합을 발판 삼아, '수도권 1극 체제'였던 대한민국의 국토는 지방주도 성장을 이끌 '5극 3특 체제'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대원칙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통해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필요성에 대해선 약 12분에 걸쳐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과 자신이 악연이라면서 검찰을 향해 "마녀" "업보" 등 수위 높은 표현들을 썼다.
이 대통령은 "인사 문제도, 각종 개혁도 검찰이 관련되면 뭐가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지 모르겠다"며 "검찰이 하도 저지른 업보가 많아서 마녀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밉고 믿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검찰에 기소된 것만 20건은 된 것 같다"며 "문제만 잡으면 증거 없이도 기소해서 '한번 고생해 봐' '혹시 코드 맞는 판사 있으면 유죄 받아서 너 한번 죽어봐'(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2002년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을 파헤치다 검사를 사칭한 일로 재판받은 사건부터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발목을 잡은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의혹' 등을 거론하며 "큰 부패 사건에는 검찰이 있고 그 악연 이후 건수만 되면 기소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소하기 위해 수사하거나 수사를 합리화하기 위해 기소하고 가짜 증인을 압박해서 유죄를 만들고 이러면 안 된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을 대체해 신설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선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적인 상황에선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다. 이어 "남용의 가능성을 봉쇄해야 하지만 효율성이 제거돼서도 안 된다"며 "머리가 아프다. (보완수사권 문제는) 더 연구해야 해서 미정 상태"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과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따. 이 대통령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는 상황에 대해 "책임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문제는)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어서 대한민국만의 정책으로 쉽게 원상으로 되돌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에서는 뉴노멀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원화 환율은 엔화 환율에 연동되는 측면이 있는데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원화 가치가) 평가 절하가 좀 덜 된 편"이라며 일본 기준으론 우리가 아마 1600원 정도 돼야 되는데, 엔화의 달러 연동에 비하면 그래도 잘 견디고 있는 편"이라고도 했다.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보유세 등 세제를 강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가급적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하는 게 제일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세금은 국가재정 확보를 위해 국민에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다른 정책 목표를 위해 전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지금으로선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꼭 필요하고 유효한 상황인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도 없다"며 "가급적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선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이면 당연히 세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곧 국토교통부에서 현실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추상적 수치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요 억제책과 관련해선 "집은 필수 공공재에 가까운데 투기적 수단으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 규제해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제라든지 여러 방법이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 필요하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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