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비 차관은 26일 서울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콜비 차관이 자신보다 한두 체급 높은 '장관급' 인사들과 연쇄 회동한 것은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콜비 차관에 대해선 미국 언론은 '미국 국방 전략의 설계자' '왕좌 뒤의 권력' 등의 수식어로 표현한다.
콜비 차관은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방부 전략차관보 재임 시절 미국의 안보 축을 중동에서 중국으로 완전히 뒤바꾼 국방전략 설계를 주도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한국·일본 등 동맹은 자국 안보에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등 미국의 자산을 중국 견제까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콜비 차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이 지역의 향방은 미국의 장기적 안보, 번영, 자유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의 안정은 어느 국가도 이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력 균형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우리가 추구하는 건 어떤 국가도 패권을 강요할 수 없는 안정적 균형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미 전쟁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국가방위전략(NDS)의 방향과 일치한다. NDS에는 "한국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북 재래식 억제력은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만 중점 대응하는 확장억제(핵우산)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콜비 차관의 방한은 최근 공개된 미 NDS의 핵심 방향을 한국에 직접 설명하고, 그에 맞춰 한미동맹의 운용 방식을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며 "이런 기조가 한미 국방당국 간 정례 채널에서 문서화되며 '한국의 재래식 주도와 미국의 핵심 지원' 구도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국방당국 간 논의의 초점은 방위비 같은 '규모'보다 역할·임무·지휘체계 같은 '구조'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재래식 억제·방어에서 주도성을 어떻게 높일지, 미국은 확장억제와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지, 전작권 전환을 포함한 연합작전 체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여전히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되지만 한반도 억제에서 미국이 전면을 담당하기보다는 한국의 군사적 역량을 전제로 한 지원·보완적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는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글로벌 전략 구도 속에서 상대적으로 조정된 위상을 갖게 됐음을 시사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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