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빠진 LG생활건강이 '변화'라는 돛을 올리고 재도약 준비에 나섰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선주 신임 대표는 조직 유연화와 신진 브랜드 육성 등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글로벌 뷰티기업 출신 수장의 지휘 아래, LG생활건강이 잃어버린 성장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8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47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하락했고 영업손실 72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연간으로는 매출 6조3555억원, 영업이익은 1707억원으로 각각 6.7%, 62.8% 감소했다. '후', '숨' 등 럭셔리 대형 브랜드에 의존했던 기존 성장 공식이 엔데믹 이후 급변한 시장 환경에서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해 9월 말 선임된 이선주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그는 실무진에서 CEO까지 거친 이력을 바탕으로 사업 구조 이해도가 높고 시장 변화와 소비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20년 만에 외부 출신 수장을 영입한 만큼 강력한 쇄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사업장과 국내 생산 거점을 오가며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뷰티부터 생활용품, 음료에 이르는 방대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파악하고 실무진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는 현장형 리더"라며 "단순 보고를 넘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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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핵심 과제 제시… R&D·브랜드 재편으로 '체질 개선'━
이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유연함'과 '민첩성'이다. 그는 2026년 신년사에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인용하며 "가장 강한 종이나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반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K뷰티 상황을 큰 배와 요트에 비유하면서 "이는 프레임과 방향의 전환이 유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역설했다.이는 소수의 대형 브랜드가 실적을 견인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트렌드에 대응하는 다수의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체질 개선' 선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스타트업처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의사결정 및 업무 구조를 쇄신하자는 주문이기도 하다. 인디 브랜드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이 약진하는 현재의 글로벌 뷰티 시장 판도를 제대로 꿰뚫었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고객 경험 혁신 ▲고성장 지역 집중 육성 ▲수익성 구조 재조정 등 4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조직 개편을 단행해 브랜드 중심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닥터그루트'와 '유시몰' 등을 전담하는 '네오뷰티사업부'를 신설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단순히 트렌드만 좇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LG생활건강의 근본 경쟁력인 R&D(연구개발) 역량을 강조하며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뷰티·건강 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LG생활건강 내부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 악화로 침체됐던 분위기가 이 대표 취임 이후 "다시 뛰자"는 기조로 바뀌고 있다는 후문이다. '성장통'을 겪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철학이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G생활건강 내부에 주주에게 신뢰받고 구성원에게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다"며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온 선택과 집중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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