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식 사면 1년 뒤 재미 본다는데….'
'닥터 둠(Dr. Doom)도 한국 증시가 쉽게 반등할 거라고 했다는데….'
경기 하강을 버틸 수 있고, 위기를 극복했을 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하는 게 관건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블루칩 가운데 낙폭이 큰 종목으로 매수 범위를 좁혀 보면 어떨까.
◆시선은 길게 목표치는 낮게
코스피지수가 1000 내외에서 바닥을 다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낙폭과대 우량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기에는 아직 암초가 적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 경기 침체의 폭과 저점 형성 후의 흐름을 가늠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투자자세가 불가피하다는 것.
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PER(주가수익률)이나 PBR(주당순자산배율) 등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 잣대에 의지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이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애너리스트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가 진정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완충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낙폭과대 대형주에 관심을 두되 전술적인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업종별로 기계와 에너지, 일부 사회간접자본 관련 대형주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것을 권고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종 대표주가 유망하지만 단기적으로 낙폭 과대주의 전술적인 반등과 상승세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블루칩이라 하더라고 과대낙폭을 근거로 매수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며 "대형주 중에서도 경기방어적인 성격을 지닌 종목으로 매수 영역을 좁히고, 업계 1위 종목을 선별 매수하는 등 보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펀더멘털의 훼손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 주가가 펀더멘털에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펀더멘털이 폭락한 주가에 수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내년 경기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경제를 대표하는 우량주를 선별해 투자하더라도 큰 시세를 바라고 공격적으로 매수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은행권 PEF 관련 부실을 포함해 금융권의 리스크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수출과 내수가 모두 꺾일 것으로 보인다는 것.
기업 실적이 줄어들면서 고용이 악화되고 부동산 매물 압박이 높아지면서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김한진 부사장은 "내년 경기 침체가 얼마나 깊이 진행될 것인지, 또 회복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향후 몇 년 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이 전반적으로 한 단계 하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 기회를 찾는 투자자라면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고,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도 낮춰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인 매수 대형주 매력적일까
지난 11월 중순 미국 기업의 파산설로 인해 코스피지수가 연일 하락, 1000을 내줬다가 되찾는 사이 외국인이 IT 대표주자와 대형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1월 21일부터 12월3일까지 외국인은 LG텔레콤을 230만주 이상 순매수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150만주 이상 보유 물량을 늘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각각 60만주, 36만주 순매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대우조선해양과 코리안리, 한국전력을 100만주 이상 사들였다. 이밖에 KT와 POSCO를 각각 54만주, 40만주 순매수했고, 조선과 건설, 금융주에 대해서도 '사자'를 보였다.
외국인이 IT와 조선, 철강, 건설 등 일부 업종대표주를 사들인 것은 가격 메리트와 함께 장기적인 기대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하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를 업황이나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풀이하기는 힘들다"며 "그동안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팔아치웠던 해외 펀드가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틈을 타 국내 대표 종목의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을 겨냥한 대형주 매수라는 시각도 있다. 원/달러 환율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낙폭이 컸던 블루칩을 매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수를 적극적인 '사자'로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디레버리징 환경에 지배되고 있고, 경기 펀더멘털을 보더라도 강한 성장 모멘텀을 기대한 매수일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내년 1분기 경기 저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V자의 강한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큰 시세를 기대한 매수 유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장기투자 펀드라면 환율 레벨이나 우량주의 밸류에이션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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