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희 기자


'눈높이'로 유명한 학습지 1위업체 대교가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인 '바우처'사업을 놓고 잡음을 계속 내고 있다.

최근 자사 바우처 프로그램에 불만을 품은 장애인에 고소를 당하는가 하면 학습지 교사들에게 바우처 미수금을 받도록 강요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 탓이다.


◆'바우처' 장애인 "교육 내용·서비스 다르다" 고소

지난 2011년부터 대교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해 미취학 아동과 시·청각 장애부모의 자녀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우처사업, 이른바 '언어발달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장애부모의 자녀가 필요한 언어교육을 받도록 지원한다는 게 이 사업의 당초 목표. 서비스 대행업체를 정부가 직접 선정하고, 업체 측에 지원금을 전달해 기업의 이윤을 맞추는 구조다.

현재 이 사업은 전국 400여곳에서 시행되는데 복지부가 밝힌 서비스 이용자는 약 1100명, 정부 예산은 약 20억원 규모로 대교가 이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급 시각 장애인인 이모씨(39·서울 영등포)가 대교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교의 언어발달서비스가 교육시간과 비용 면에서 당초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데다 내용도 일반학습지 교육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고소 이유였다.


당초 이씨는 대교로부터 본인부담금 4만원과 정부보조금 18만원 등 총 22만원에 해당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자녀가 받을 교육서비스를 환산해보니 ▲국어 3만3000원 ▲영어 3만5000원 ▲수학 3만3000원 ▲사고력 3만5000원 ▲도서 4권 2만4000원 등 총 16만원이었다.

이에 그는 약속된 금액에서 6만원이 부족하다며 대교측에 이의를 제기했고 회사가 "매번 50분씩 수업을 받도록 하고 멘토링까지 해주겠다"며 설득해 큰 불만없이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담당교사가 '언어발달사업'의 특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수업에 임했고 수업에 사용된 교재 역시 장애인 자녀가 이닌 일반 방문수업에 사용되는 교재를 그대로 활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업시간도 절반 이상이나 단축되기 일쑤였다는 게 이씨의 주장.

그는 모 장애인전문지를 통해 "언어발달사업이라 해서 기대했는데 알고보니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쳤다"며 "다른 중증 장애인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이 자녀가 무슨 교육을 받는지 모르고 있었고 오히려 대교에 고마워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씨는 "주변에 알아보니 수업 단축은 기본이고 교사가 가정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정부의) 감독이 느슨한 점을 악용해 (대교관계자들이) 교육을 하지 않고 입금된 돈을 서로 나눠 갖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교 관계자는 "서비스 금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교육시간이다. 일반 아동들이 1주일에 15분씩 수업받는데 반해 언어발달서비스의 수혜아동은 1주일에 2번씩 각각 50분, 총 100분을 수업받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콘텐츠와 관련 "장애인 부모이기는 하지만 교육대상자는 어차피 비장애인 아동들"이라며 "언어, 독서, 놀이 세분야에 걸쳐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씨가 대교로부터 '무마용'으로 금전적인 협상을 제안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대교로선 곤혹스럽다. 이씨는 당초 회사 측이 자신의 불만제기에 금전적인 보상을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교는 "오히려 이씨가 먼저 보상금 얘기를 꺼냈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년간 언어발달서비스 사업과 관련한 현장실사를 하지 않다가 최근 이씨 등과 같은 사례를 파악한 후 전국적으로 실태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바우처' 미수금도 교사에 강제 징수?

대교는 '언어발달사업'과 별개로 지난 2008년부터 정부의 또다른 바우처 사업인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 바우처'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 사업 역시 적지않은 잡음을 내고 있다. 학습지 교사들을 상대로 '바우처 미수금'을 강제로 징수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부터 저소득층 미취학 아동의 독서교육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 바우처사업을 실시하면서 가정방문에 따른 독서교육 서비스 제공사업자로 대교를 비롯해 재능교육 등 9개 학습지 회사를 선정했다.

대교는 이 바우처의 전국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해마다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이를 통해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대교(눈높이)는 '바우처 미수금'이라는 명목으로 많게는 100만원까지 학습지 교사들에게 부당금액을 징수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낳았다.

통상 바우처사업은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인 만큼 교사들이 직접 교육비를 수령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대교 노조 측은 회사가 '미수금' 명목아래 교사들에게 교육비 수령의 책임을 떠넘겼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학습지노조 대교지부 모 간부는 언론을 통해 "시스템 미비로 휴회된 회원의 바우처 대금이 나왔을 경우 그 금액을 교사들에게 강제 징수했다"며 "바우처 지원금은 정부가 회원에게 직접 주는 것이고 회사가 정부로부터 일감을 따내는 것인 만큼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교 측은 바우처 수금은 원칙적으로 교사의 업무라며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대교 관계자는 "바우처사업에서 정부지원금과 개인부담금은 같이 수납하기로 돼 있는데 모두 교사들이 징수해야 할 몫"이라며 "이는 어느 정도 업계에선 통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습지 관계자는 "학습지 교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교육비를 직접 거둬 회사에 납부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회사 측이 교사들에게 대납을 강요했느냐 안했느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바우처가 10명인데 5명이 빠져나갔다면 빠져나간 인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채워넣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행위일까, 바우처사업 적용에 대한 해석의 차이일까. 학습지 1위 기업 대교의 바우처사업을 둘러싸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아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