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SM3 Z.E.'
한국지엠·르노삼성, 하반기 '출격'… 현대·기아, 내년 '쏘울'로 '반격'
테슬라모터스로 점화된 미국발 전기차 불길이 국내로 번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업체 모두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기차의 국내 출시를 잇달아 공언함에 따라 올해가 대한민국 전기차시대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달 중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새로운 전기차를 각각 선보이며, 앞서 레이EV를 통해 전기차시장의 포문을 연 바 있는 기아자동차는 내년 중 준중형차 쏘울의 전기차 버전을 내놓기로 했다. 또한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수입차 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BMW와 폭스바겐 역시 내년 중 국내에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을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격적인 전기차시대의 개막에 앞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서막을 뜨겁게 달굴 각 업체별 전기차량들을 미리 만나봤다.
한국지엠 ‘스파크EV’
◆스파크EV 대 SM3 Z.E. 하반기 대결
우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가 10월 중 각각 스파크EV와 SM3 Z.E.를 양산한다. 두 차량의 초기 성적이 향후 국내 전기차시장의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한국지엠의 첫번째 순수 전기차 스파크EV는 최대출력 143마력(105kW)과 최대토크 57.4kg·m를 발휘하며 시속 100km까지 8.5초 이내에 도달하는 풍부한 가속성능을 갖췄다. 또 135km의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신연비 기준)와 높은 수준의 연비(5.6km/kWh, 복합모드 기준)를 인증 받았다.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했을 경우 단위 리터당 50.9km 수준의 연비다.
현행 전기차 전용 요금체계를 기준으로 1년 1만5000km 주행을 가정할 때 7년간 가솔린 경차 대비 1208만원의 연료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국지엠 측은 밝혔다.
아울러 기존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분리형 충전방식의 번거로움과 충전 소요시간을 대폭 개선했다. 표준 충전방식을 통한 6~8시간 완속 충전을 비롯해 배터리 용량의 80%를 20분 내에 충전할 수 있는 타입1 콤보 급속충전방식을 하나의 포트로 지원한다. SM3 Z.E. 30분, 레이EV 25분에 비해 급속충전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차량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비상 충전 코드셋을 이용하면 가정용 전원을 통한 충전도 가능하다.
정식출시 전 외부도로를 달릴 수 있는 법적인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탓에 한국지엠의 청라 프루빙 그라운드 내에 마련된 시험주행로에서 스파크EV를 짧게나마 시승해볼 기회가 있었다. 차량의 실제 성능을 면밀히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시간과 거리였지만 짧은 순간에 스파크EV가 전해준 임팩트는 강렬했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동시에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하게 치고 나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여타 소형 전기차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타 브랜드 소형 전기차들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족한 힘'을 스파크EV는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직선구간에 도착해서는 있는 힘껏 가속페달을 밟았다. 속도감도 속도감이지만 묵직함에 더욱 놀랐다. 한계속도인 148km/h까지 도달하면서도 흔들림이나 붕 뜨는 가벼운 느낌 없이 낮게 깔리는 안정감이 인상 깊었다.
에어로셔터 및 아웃사이드 미러 등에 변화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외관디자인은 기존 스파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차체가 조금 커졌다. 전장 3720mm, 전폭 1630으로 기존 스파크 대비 각각 125mm, 35mm 길어졌다. 길이가 경차 기준을 초과함에 따라 '경차 혜택'은 포기한 셈이다. 고객과 배터리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한국지엠 측은 설명했다.
외장 색상은 미스틱 스카이 블루, 삿포로 화이트, 맨하탄 실버, 프라하 블랙, 어반티타늄 그레이 등 세련되고 다양한 5종으로 출시된다.
판매가격은 3990만원. 여기에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반영하면 가격은 최대 1690만원까지 내려간다. 레이EV보다 500만원 비싸고, SM3 Z.E.보다는 500만원 싼 가격이다.
스파크EV와 정면대결을 펼쳐야하는 SM3 Z.E.는 스파크 EV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준중형급 세단 SM3의 전기차 모델인 만큼 넓은 공간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기차=경차'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데 한몫할 모델로 꼽힌다.
공간의 장점은 그대로 인기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6월 제주특별자치도의 전기차 민간보급 사전신청에서 SM3 Z.E.는 전체 신청차량 중 60%를 웃도는 신청건수를 기록하며 전기차시장을 선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하반기 차량 90대가 추가 투입되는 서울시 전기차 셰어링사업에도 SM3 Z.E.가 투입될 예정이며, 9월부터는 SM3 Z.E. 택시가 국내 최초로 대전광역시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는 등 각 지자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지난 14일부터 SM3 Z.E.의 양산 개시에 들어갔으며, 내년부터는 연간 4000대 규모의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경쟁업체의 전기차들과 비교해 구매가격은 비슷하면서도 경차가 아닌 준중형차량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주행성능 면에서는 최고출력 95마력(70㎾), 최대토크 23㎏·m에 최고속도 135㎞/h로 스파크EV에 다소 못 미치는 실력을 발휘한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135km로 스파크EV와 차이가 없다.
스파크EV와 마찬가지로 차량 외관은 모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SM3와 거의 비슷하다. 더불어 트렁크 부분에 22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앞뒤 길이가 10㎝가량 길어진 것도 비슷한 점이다. 이 배터리는 감속하거나 내리막길 주행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역할을 한다.
완속충전방식의 경우 가정이나 회사 등에서 일반 220V를 이용해 최대 6~9시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급속충전시스템을 이용하면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연비는 4.0km/kWh이다.
판매가격은 국산 전기차 중 가장 비싼 4500만원(SE Plus 기준)이다. 정부 보조금 등을 적용한 최저가격은 2200만원이다.
BMW ‘i3’
폭스바겐 ‘블루-e-모션’
◆현기차 및 수입차업체 내년도 대란 예고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0년부터 국내 최초 전기차인 블루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2011년 국내 최초 전기차 모델인 레이EV를 선보였지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가 한층 개선된 전기차들을 내세우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블루온은 지난해까지 총 2500대를 양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판매 저조로 결국 단종됐고, 레이EV는 '카 셰어링'(자동차 나눠 타기)서비스를 통해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내년 4월께 쏘울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고 정면승부를 펼친다는 복안이다. K3와 아반떼를 모델로 한 준중형 전기차를 각각 출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최신형 모델에 비해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레이EV는 가격을 연내 3500만원대로 인하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저 1200만원에도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낼 쏘울EV는 완전충전 시 약 200km를 달릴 수 있으며 최고시속은 140km로 알려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까지 12초 이내가 걸리며, 북미 판매가격은 최저 3만5000달러(약 3800만원)다.
본격적인 출시까지는 반년 가까이 남아 있어 경쟁사들에 초기 전기차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에 찬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살펴본 국내 전기차의 경우 성능이나 가격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기존 가솔린차를 기반으로 개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설계단계부터 전기차 특성을 살리기 위한 모델이 출시될 경우 전기차 성능은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 하반기 국내 완성차업계가 전기차시대의 포문을 연다면 내년에는 BMW와 폭스바겐 등 수입차업체의 맹추격이 뒤따를 예정이다.
BMW는 내년 5월 순수전기차 i3로 시작해 순차적으로 i8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기차 i3는 메가시티에서 출퇴근이나 업무용으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수단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160㎞다. 대부분의 자동차 이용자가 출퇴근을 위해 하루 50㎞ 내외로 이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용성이 충분하다고 BMW 측은 설명했다. 가격은 3만4950유로(한화 약 5100만원)로 책정됐다.
i8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모두 사용하지만 외부충전도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방식의 차량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5초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50km까지 낼 수 있다. 배터리는 엔진으로 충전할 수 있고 외부전원으로도 가능하다.
폭스바겐은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의 전기차 버전인 골프 블루-e-모션을 내년 국내에 선보이기 위해 검토 중이다. 골프 블루-e-모션은 85kW의 최고출력과 27.6㎏·m의 최대토크 성능을 갖췄다. 최대 주행거리는 150㎞에 달한다.
한편 '레이EV·소울'(기아차) 'SM3 Z.E.'(르노삼성) '스파크EV'(한국지엠) 'i3'(BMW) '골프 블루-e-모션'(폭스바겐) 등 앞서 살펴본 국내에서 운행 중이거나 내년 출시계획이 잡혀 있는 전기차는 모두 각 사마다 고수하는 급속충전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차데모 방식)와 르노삼성(AC3상 방식)은 급속충전과 완속충전을 따로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한국지엠·BMW·포드·폭스바겐 등은 급속·완속충전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DC콤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차데모 방식과 AC3상 방식이 표준인증을 받아 급속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가운데 향후 어느 업체의 모델이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급속충전 방식의 표준이 잡힐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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