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또….’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57)이 부실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논란을 좀처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허 회장은 GS리테일 허신구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 그가 이끌고 있는 코스모그룹은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신소재 등 상장기업 2개사와 지주회사격인 코스모앤컴퍼니, 그 외 비상장 계열사인 코스모건설, 마루망코리아, 코스모글로벌, 코스모에스앤에프 등을 거느리고 있다.


문제는 허 회장이 연대보증과 담보제공, 자금대여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법 위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부채비율 1500% 계열사에도 ‘통큰 지원’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 허 회장을 포함해 코스모화학 경영진 11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코스모화학이 연대보증과 담보제공, 자금대여 등의 수법으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해 실정법을 어겼다(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신용공여금지 규정 위반 등)는 논리에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코스모그룹은 상장 계열사인 코스모화학을 통해 코스모정밀화학, 코스모앤컴퍼니 등 비상장 계열사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대여하고 담보 등을 제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모화학의 특수관계자 거래규모는 단기대여금 279억원을 포함한 각종 채권이 414억원, 370억원의 차입금에 대한 담보 및 보증 제공은 663억원에 달한다.

코스모화학이 자금대여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는 계열사 대부분은 지배주주 일가가 직·간접적으로 100%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가족회사들이다. 코스모정밀화학과 코스모앤컴퍼니만 해도 각각 허경수 회장과 여동생인 허연호씨, 아들인 허선홍씨 등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했다. 코스모앤컴퍼니는 코스모건설의 지분 99%를 보유 중이다.


허 회장의 계열사 '밀어주기'가 논란이 된 것은 수혜를 받은 회사 대부분의 재무상황이 수년째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원코스모정밀화학과 코스모앤컴퍼니는 자본잠식 상태이고 코스모건설도 부채비율이 무려 1505%에 이른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코스모화학의 계속되는 담보제공, 자금대여 등은 재무상태가 불량한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지배주주 일가의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 같은 계열사 부당지원은 상법 신용공여금지 규정 위반 내지 특경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12년 2월에도 코스모화학의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었다. 물론 공정위는 “자금대여나 담보제공의 경우 계열사에 적용된 금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는 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계열사 거래내역'을 보면, 코스모화학은 코스모정밀화학에 연대보증, 담보제공 및 금전대여를 제공하면서도 합리적인 채권회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판단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허 회장 등 일부 이사들은 양측 회사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코스모화학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거래를 했다"며 "상장 계열사로 하여금 총수일가의 사실상 가족회사를 부당지원토록 하는 것은 자신들의 손해를 외부 소액주주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써 결코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 회장, 사재까지 털어 지원했지만…

재무상태가 악화된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허 회장을 둘러싼 또다른 논란의 축은 그가 사재를 털어 부실 계열사를 지원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허 회장은 코스모앤컴퍼니에 운영자금으로 총 77억원을 대여했다. 지난 1월 47억원에 이어 3월에도 30억원을 빌려줬다. 이로써 허 회장이 코스모앤컴퍼니에 빌려준 돈의 총액은 134억5000만원에 이른다.

허 회장은 당초 코스모화학을 주력기업으로 내세웠으나 그룹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0년부터 패션·유통업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상태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2010년만 해도 코스모그룹은 새한미디어 인수를 시작으로 마루망 지분을 사들였고, 2011년에는 독일 명품 스포츠웨어 브랜드 '보그너'와 합작해 패션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12년에는 일본 스포츠 아웃도어 유통그룹인 제비오그룹과 손잡고 '제비오코리아'까지 설립했다.

그러나 코스모그룹은 이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스모 계열사 대부분은 지난해까지 2년 이상 적자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상장기업인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신소재는 물론이고 비상장 계열사인 코스모건설, 코스모산업, 코스모글로벌 등도 매년 적자에 허덕인다.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코스모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지속했다. 코스모산업도 지난해 43억원의 영업손실에 1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코스모건설 역시 영업손실 69억원, 순손실 104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 아들 배 불린 'BW 발행'도 흠집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함께 허 회장을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 하나는 허 회장의 아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특혜를 입었다는 논란이다.

코스모화학은 2010년 5월 BW 300억원을 발행했는데 이중 신주인수권 100억원은 코스모앤컴퍼니가, 50억원은 허 회장의 아들 선홍씨가 인수했다. 코스모앤컴퍼니는 허 회장 등 가족들이 100% 지배하는 회사여서 사실상 전체 신주인수권의 절반을 발행 직후 지배주주 일가가 매입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당시 신주인수권의 이론가격이 957원이었음에 비해 코스모앤컴퍼니와 허선홍 씨는 이를 주당 114원에 매입했다"며 "이는 BW 발행으로 인해 허선홍 씨 등 지배주주 일가가 저가에 코스모화학의 지분을 늘릴 수 있게 돼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코스모화학은 "BW 발행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