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만대 vs 338만대'.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는 약 338만대로 156만대를 기록한 신차시장의 2배를 넘어섰다. 시장규모(추정치)로 따져도 30조원을 넘어 세계 10위에 해당한다. 중고차 판매의 급성장은 인터넷의 발달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동안 중고차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정보부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여주는 창구로서의 활용이 성과를 본 것이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로 저가에 차를 마련하려는 고객이 늘고 품질개선으로 자동차의 내구성이 강화된 것도 중고차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몫 했다. 또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도 빼 놓을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비교적 투명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 '중고차경매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중고차시장. <머니위크>가 국내 중고차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 서울 합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자영씨(32). 그는 최근까지 국산 중형차를 몰았는데 평소 식자재 등의 짐을 차에 싣고 다닐 일이 많아 짐칸이 넓은 소형SUV나 해치백 차량으로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지인의 소개로 수입차인 A모델 디젤 차량을 시승해본 김씨는 A모델의 안전성과 연비, 디자인 등이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구매하기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김씨는 해당 모델의 중고차를 알아봤고 신차보다 4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중고차시장에서 수입차의 인기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중고차전문기업 SK엔카에 따르면 올해 자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수입중고차 매물 비중은 13.4%로 역대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중고차 등록대수 또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SK엔카 홈페이지에 등록된 차량 매물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 2010년 기준 등록된 수입차는 57만대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4년 후인 2013년에는 60만대 증가(117만대)했고 전체 비중 역시 11.5%로 3.2%포인트 늘어났다. 올 들어 수입차 비중은 더욱 커져 4월 말 기준 13.4%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수입중고차 베스트셀링 차종을 살펴보면 선호도가 가장 높은 차종은 중형차다. 4월 말 현재 중형차의 비중은 34.9%에 이른다. 대형차의 인기가 점차 떨어지는 가운데 SUV와 소형차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대형차의 경우 2010년 21%의 비중으로 선호도 2위를 차지했지만 점차 감소세를 보이다 올 4월 말에는 14.2%까지 떨어졌다. 반면 SUV는 2010년 10.7% 비중에서 5년 사이 16%까지 올랐고, 소형차도 2011년 순위권(상위 5개 차종)에 진입해 5.2%를 기록한 후 2년 만인 2013년 6.3%까지 증가했다.

 

◆공급 늘어 가격 내린 수입차


이처럼 수입중고차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신차시장이 확대되면서 중고차 매물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입중고차 가격도 과거보다 저렴해졌다. 5월 초 현재 중형급인 BMW 320d, 12d 쿠페 스포츠나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프리미엄 등은 2000만원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대형수입차를 선호하던 과거에는 수입차가 비싸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소형차나 준중형차의 선호도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공급매물이 늘면서 수입중고차의 평균가격이 하락했다. 이는 수입차에 대한 인식개선으로 이어져 수입중고차 시장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고수입차의 경우 감가율이 국산차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국산중고차의 경우 감가율이 20% 내외지만 수입차는 30% 수준이다. 수입차의 특성상 부품값이나 공임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탓에 차량의 무상보증기간(3년)이 가까워질수록 감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수입중고차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수입차 선택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A/S 비용이 과거에 비해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이 활성화되면서 해외 직접구매로 수입차부품을 구하기 쉬워진 탓이다. 또 수입차부품만 병행수입하는 전문업체가 늘고 있어 사후 비용부담도 과거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수입차브랜드의 적극적인 시장공략으로 신차 판매가 늘면서 중고차 매물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유가로 인해 높아진 디젤차와 소형차 선호도는 향후 시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품질보증·인증 거쳐 구매환경 개선

하지만 수입차의 비싼 부품값과 공임비 등은 여전히 소비자들의 구매선택을 망설이게 만든다. 특히 중고수입차의 경우 무상보증기간이 지나면 고객이 고가의 A/S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잘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매매업체에 따라 중고차 보증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선택에 도움 받을 수 있다. SK엔카는 중고차 구매 후 1년간 일반부품까지 보증해주는 '엔카워런티'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의 보증기간은 365일, 2만km이며 보증범위는 침수 및 주행거리, 엔진, 미션에서 일반부품까지로 확대했다.

또한 수입차업체에서 직접 진행하는 '인증'을 거친 중고차도 있다. 수입차업체들은 자사 중고차량을 수십가지의 검사를 통해 인증을 거쳐 판매한다. 지난 2005년 인증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BMW의 경우 72개 항목을 점검한 후 등록된 차량을 판매하고 1년 무상보증서비스를 더해준다. 사용기간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km 미만인 차량만을 대상으로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스타클래스'란 명칭의 인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식수입 차량으로 178가지 품질기준을 거친 차량에 1년 무상보증수리(2만km), 차량교환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차시장에서 고공행진 중인 폭스바겐 역시 올 하반기에 인증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중고차 잘 고르는 법

1. 예산을 계획하고 그에 맞는 차량을 선택하라. 단, 예산을 짤 때는 취·등록세와 보험료 등 지출 예상비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디젤차의 경우 저탄소인증을 받은 차량이라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2. 시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수입중고차를 살 때는 반드시 시승해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수입차는 국산차 보다 승차감 차이가 크다. 따라서 반드시 시승을 해본 후 자신에게 맞는 차량을 선택해야 한다.

3. 병행수입 차량인지 확인하라. 정식수입 차량은 비싸지만 무상보증기간이나 A/S가 용이하다. 반면 병행수입 중고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무상보증기간 내에 구매했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수입사가 있다. 해당 수입사에 무상보증이 가능한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한 후 선택해야 한다.

4. 차량상태는 귀로 듣지 말고 눈으로 확인하라. 영업사원의 말만 듣지 말고 직접 해당차량의 서류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챙겨봐야 할 서류는 성능점검표와 사고이력조회, 자동차등록증, 딜러 신원보증서류 등이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