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의무화’ ‘사적연금 활성화’

정부가 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을 내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한국 노총은 퇴직연금 의무화 방안에 대해 “퇴직연금(퇴직금)은 노동자들의 후불성 임금이며, 우리나라의 부실한 공적 연금체계 아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영은 무엇보다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노총은 이번 방안이 대형 자산운용사의 배만 불려주고 퇴직연금은 막대한 손실위험에 노출될 것을 우려했다.

현재는 퇴직연금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의 동의 아래 주로 은행이나 보험사에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되는 등 안정된 운용원칙이 고수되고 있지만 개별기업 펀드가 조성되고 개별기업의 사내기금 운용위원회가 운용방식을 결정하게 되면 높은 수익률에 대한 유혹에 못 이겨 위험자산 투자로 쏠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2012년 일본 퇴직연금 운용사인 AIJ자산운용의 기금형 퇴직연금 금융사고 등을 거론하며 이번 방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내 최대 기금형 운용회사인 AIJ자산운용은 매년 큰 폭의 손실이 났는데도 운용보고서를 허위 작성하는 식으로 약 2000억엔(약 2조8000억원)의 수탁자금 중 90% 이상을 날려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다음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노동자의 노후 생활자금마저 투기자본에 넘겨서는 안된다
-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한 한국노총 입장 -

정부는 오늘 경제장관회의에서 ‘사적연금 활성화’란 미명하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개별기업이 퇴직연금 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해주고, 주식, 펀드 등 위험자산의 보유한도도 40%에서 70%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것이다. 마치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인 냥 포장하고 있으나 실은 퇴직연금을 증시부양(자본시장 활성화)에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퇴직연금(퇴직금)은 노동자들의 후불성 임금이며, 우리나라의 부실한 공적 연금체계 하에서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영은 무엇보다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상과 추진과정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정부는 ‘사적 연금활성화’대책을 위해 기재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와 국책연구기관 등으로 정부합동 TF팀을 구성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고 하나 기금조성의 주체인 노사대표는 논의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둘째, 현 퇴직연금제도는 개별기업이 은행이나 보험사에 운용을 맡기고 있으나 기금형 퇴직연금은 개별기업이 기금운용상 주된 결정권한을 갖게 되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즉, 개별기업이 조성한 펀드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운용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정말 좋아지는 것일까? 현재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의 동의하에 주로 은행이나 보험사에 원금보장형 상품(현행 퇴직연금의 92.6% 원리금 보장형)에 주로 가입되어 있는 등 안정된 운용원칙이 고수되고 있는 반면, 개별기업 펀드가 조성되고 개별기업의 사내기금 운용위원회가 그때 그때 운용방식을 결정하게 될 경우 높은 수익률에 대한 유혹에 못 이겨 위험자산 투자로 쏠리게 될 것이 불을 보듯 하다. 결국 대형 자산운용사의 배만 불려주고 퇴직연금은 막대한 손실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경제위기로 증시가 폭락할 경우, 퇴직 후 근로자가 수령하는 연금액이 푼돈이 되거나, 2012년 일본의 AIJ사례처럼 기금이 파산되어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 정부가 퇴직 후 노후생활 자금인 퇴직연금을 ‘사적연금 활성화’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란 미명하에 우리 노동자들의 퇴직 후 생활안정이란 측면보다는 퇴직연금을 하나의 경제활성화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정부 스스로 솔직히 털어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퇴직연금을 사외적립과 안정적 운영보다는 경제활성화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즉각 중지하고 이해 당사자인 노동계와 퇴직연금 안정화 대책을 전면 재논의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4년 8월 27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