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대선 공약인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광주지역 일선 고등학교가 이를 지키지 않아 말썽이다.

여기에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광주시교육청은 단 한차례도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영어과목의 경우 교과서 외에 부교재를 4~5권씩 구입하도록 한 것은 물론 시험문제까지 출제한 것으로 알려져 '선행학습 금지법'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광주시교육청과 일선고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광주지역 일선고교 영어과목의 경우 부교재를 무려 4~5권을 추가로 구입하도록 해 교과서외에 이 부교재에서 시험을 출제, 상위권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영어를 조기에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지역 A고교의 경우 학기 초에 부교재를 4권이나 영어교사가 소개하고 이 책을 구매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영어 수업시간에 교과서외에는 이 부교재를 전혀 가르치지도 않고 숙제로만 내줬다.


또 보충수업을 통해 부교재 내용의 일부를 가르쳤을 뿐 나머지는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방임형의 교육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중간고사와 기말기사를 치르지만 이 학교는 올 들어 한 학기동안 무려 4차례나 영어 시험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시험범위 조차 교과서 분량의 5배가 넘다보니 영어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영어과목 부교재 구입에만 10만~15만원의 지출이 발생해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D고의 경우 부교재만 5권에다 일부교재는 프린트물로 학교에서 아예 3000원에 팔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광주지역 일선고교가 부교재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출판사의 로비가 집요하다는 항간의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이보다는 학교별 '심화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는 게 일선고교 교사들의 얘기다.

실제 EBS 교재정도의 교과서 수준 부교재 채택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도를 넘어선 심화반 경쟁 때문에 현재 광주지역에서 최고 난이도가 높은 N출판사의 '특급'교재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재는 일선고교 선생들조차 난이도가 높아 수업이 진행되기 어려울 정도의 교재로 알려졌으나 고 1학년 학생들에게 이 교재를 구매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실상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교사들이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심화반' 학생들에게 내용을 발표하게 한 뒤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심화반 밖에 있는 학생 대다수는 들러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선고교가 심화반 경쟁에 내몰리면서 나머지 대다수 학생들의 영어교육은 아예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교육청 혁신교육과 모 장학관은 "일선 고교의 부교재 채택과 관련, 실태조사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규수업시간에 부교재가 사용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