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물관
◆베를린 박물관 섬
박물관섬(Museum sinsel)의 역사는 독일제국 탄생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물관섬은 슈프레강으로 둘러싸인 슈프레섬에 있는데 16세기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궁전정원인 루스트가르텐(Lustgarten)을 만들면서 시작됐고 이 섬의 첫 박물관인 구박물관이 1824~1828년에 건설됐다. 1841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명령에 따라 구박물관 뒤편을 개발해 5개의 박물관이 하나씩 지어졌고 지금의 5개 박물관이 모두 완공된 것은 1930년이다. 총 100년 정도가 걸린 셈이다. 그동안 독일이 건국됐고 1차 세계대전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슈프레섬의 중앙으로 노선버스가 다니는 주도로를 지나 그 북쪽으로 박물관들이 모여 있다. 여행자는 가장 먼저 파란색 돔을 발견한다. 이 건물은 박물관이 아니고 베를린대성당이다. 분수와 조각품이 있는 정원(루스트가르텐)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구박물관이고 그 뒤로 나머지 박물관이 있다.
구박물관(Altes Museum)은 그리스, 로마 등 고대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어진 만큼 건물 자체도 의미가 있다. 내부 정원 2개가 있는 2층 건물로 원형 홀과 그 지붕이 되는 돔과 이오니아식 기둥, 계단 등이 고풍스럽다. 마치 ‘박물관은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신박물관은 1843~1847년에 지었다. 구박물관과 연결해 내부를 호화롭게 꾸몄었지만 2차대전 때 폐허가 됐다. 2009년에 재개관했고 이집트 미술과 선사시대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여기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이집트 여왕, 네페르티티 조각이다. ‘베를린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네페르티티상은 채색이 화려해 기원전 1340년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된다.
국립회화관(Altes National Gallerie)에서는 1600여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동베를린의 보데미술관과 서베를린의 다렘미술관에서 모은 마네, 모네, 아돌프맨첼 등의 작품부터 19세기 조각과 회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보데박물관은 섬의 끝에 지형대로 지었다. 1897~1904년에 전신인 카이저 프리드리히박물관이 건립됐고 2000~2006년에는 개보수를 위해 휴관했다. 2006년 10월에 재개관했고 조각미술과 비잔틴 미술을 주제로 전시하고 있다.
유네스코 유산인 박물관섬은 하루 이틀로는 부족하다. 여행자라면 계획을 세워 가장 관심있는 박물관을 한두곳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페르가몬 박물관
바빌론의 행렬의 길
밀레투스 유적 바닥에 오르페우스 모자이크
◆페르가몬 박물관
박물관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페르가몬박물관(Pergamon Museum)이다. 연간 15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다는 이곳은 박물관섬에서 가장 늦게 지어졌다. 1910년에 착공해 세계 제 1차대전과 대공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고 1930년 페르가몬박물관의 완공과 함께 박물관섬도 완성됐다. 이 박물관은 강대국 독일, 그 힘의 역사가 느껴진다. 과거 제국주의 나라들은 ‘발굴’의 명목으로 약소국들의 땅을 경쟁하듯 파헤쳤다. 독일 또한 이들의 ‘땅따먹기 경쟁’에서 빠지지 않았고 이 페르가몬박물관의 대상지는 지금의 터키지방이다.
페르가몬 왕국은 기원전 3세기 소아시아에 세워졌던 고대 왕국이다. 지금의 터키 베르가마(Bergama) 지역으로 중심 도시였던 아크로폴리스에는 궁전, 아테네신전, 도서관, 대극장, 제우스의 대제단 등이 있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이것들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했다.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여행자를 압도하는 전시실이 기원전 2세기에 지어진 페르가몬 제단(제우스의 대제단)이다. 모형이 아닌 실제 유물을 지붕 안에 조합해 놓았다. 아쉽게도 지금은 보수 공사로 폐쇄 중이다. 보데박물관에서 보았듯이 이들은 한 1년 뚝딱 보수하고 재개관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관람실은 이전처럼 관람할 수 있다.
대제단에서 오른쪽에는 밀레투스 시장(Market von Milet)문이 있다. 이곳도 대제단과 마찬가지로 밀레투스 유적들을 실물로 재현해 놓았다. 밀레투스는 아나톨리아 서부 해안, 즉 지금의 터키 에페수스 근처에 있던 고대 그리스 이오니아 도시다. 전시실에는 300분의 1로 축소한 밀레투스시 모형을 볼 수 있는데 얼마나 융성했던 도시였는지 알 수 있다. 전시장에 있는 시장문은 AD 100년경에 만든 것이고 바닥의 오르페우스 모자이크도 고대 밀레투스 상인의 집에서 그대로 뜯어 온 것이다.
다음 전시실에서는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이슈타르 문을 지나면 바빌론 왕국이다. 바빌론 행렬의 길이 양쪽 벽으로 펼쳐진다. 이슈타르는 사랑과 전쟁을 주관하고 풍요와 동물의 탄생을 수호하는 신이다. 특히 바빌로니아에서는 ‘여신 중의 여신’으로 추앙 받았다. 문의 벽돌은 아직도 파란색감이 선명하고 금빛 사자와 오록스가 행렬의 길을 안내한다.
이밖에도 이슬람미술 전시실에서는 보석, 도자기, 카펫 등의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고 요르단 암만의 뮤샤타 궁전유적도 전시돼 있다.
전체적으로 아르카익 시대부터 헬레니스틱 시대까지의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의 건축, 조각, 비문, 모자이크, 동상, 보석, 도자기 등인데 유물이 많다 보니 일부는 구박물관(알테스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박물관이지만 정작 독일에서 나온 것은 없다는 것이 재미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약탈하다시피 가져온 유물들이 또 다른 나라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2차 대전 때 이 박물관의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전시품 다수를 안전한 곳으로 이전해 놓거나 크기가 큰 것은 가벽을 설치해 보호했다. 그렇지만 1945년에 베를린에 입성한 소련 붉은 군대는 ‘유물 보호’라는 명목으로 전시품을 러시아로 옮겼다. 실제로는 전리품인 셈이다. 이후 독일 정부는 유물 반환을 요구했지만 일부만 되돌아 왔다. 러시아의 푸쉬킨박물관이나 에르미타주박물관 등에도 페르가몬 박물관에 있던 귀한 유물이 보관돼 있다. 동독에서는 1959년에 페르가몬박물관을 재개관했고, 서독 쪽에 옮겨 놓았던 전시품은 샤를로텐부르크 성에 있다가 통일 이후 이곳으로 왔다.
페르가몬, 밀레투스, 이슈타르, 뮤사타의 왕들은 자신의 업적이 독일 베를린 박물관섬에 가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 유물들이 이쪽 저쪽으로 옮겨지고, 후손도 아닌 이들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모습을 본다면 기가 막히겠다. 어쩌랴. 여행자는 한자리에서 고대 역사를 생생하게 감상하며 편리함을 즐길 뿐이다.
[여행 정보]
● 한국에서 독일 베를린 가는 법
한국에서 독일 베를린 가기: 한국에서 독일 베를린 직항 비행기는 없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 고속철도인 반(Bahn)을 타고 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Bahn 사이트: http://www.bahn.de
● 베를린 박물관섬
http://www.museumsinsel-berlin.de/home/
● Museum Pass
베를린 박물관을 정해진 기간 동안 무료 관람할 수 있는 통합할인권이다. 박물관섬 1일권, 베를린 50여개 박물관 3일권 등 다양하다.
베를린 박물관 3일권: 일반 24유로 / 국제학생증 소지자 12유로
● Visit Berlin
http://www.visitberlin.de/ko
사이트에서 한국어를 택할 수 있어 편하다.
베를린 웰컴 카드 등 서비스 조건에 따라 19.50유로부터 다양하다.
● 뮤지엄패스는 박물관 할인만 가능하고 웰컴 카드는 박물관, 교통, 기념품 할인, 식음료 할인 등 사용범위가 다양하다.
< 음식 >
Il pastificio: 작은 파스타집이지만 인기가 많은 식당이다. 가격이 합리적이며 직원도 친절하고 채식주의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다. 반드시 예약을 해야 자리를 얻을 수 있다.
www. Ilpastificioberlino.com
< 숙소 >
Hotel johann: 작은 규모의 안락함과 코지함을 갖춘 호텔이다.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하여 시내 관광에도 편리하다.
www.hotel-johann-berlin.de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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