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롯데家 ‘왕자의 난’ 핵심으로 꼽히던 일본 L투자회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L투자회사는 롯데 냉과, 롯데 물류, 일본식품판매 등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L투자회사에 대해 설명했다.
신 회장은 “L투자회사는 과거 롯데호텔에 투자한 일본 계열사들이 분할한 것”이라며 “한국 롯데그룹은 롯데호텔 등 80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고, 롯데호텔을 지을 당시 10억달러 라는 막대한 투자자금을 한 회사가 감당할 수 없어 다수의 일본 롯데 계열사가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이들이 사업부분과 투자부문을 분할했고, 그 투자 법인이 오늘의 L투자회사가 됐다”고 덧붙였다.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주목받았던 12개 L투자회사의 정체는 지난 2007년 일본롯데가 세금 감면을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분리돼 나온 투자회사들이었던 것이다.
L투자회사들은 L제2투자회사가 거느리고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다. 또 L제1, L제7, L제9, L제10 등 7개 투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도 지주회사로 있다. 신 회장이 일본롯데를 장악하려면 롯데홀딩스 뿐 아니라 또 다른 지주회사 역시 지배해야 하는 셈이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의 지배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식은 3분의 1 정도가 광윤사, 3분의 1 정도는 우리사주협회, 나머지 3분의 1정도는 임원들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자회사에서 가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 1.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 뉴스1DB
서서히 롯데 지배구조가 베일을 벗는 가운데 먼저 주도권을 잡은 것은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은 지난 6월30일 롯데스트래티직 인베스트먼트의 대표로 이름을 올리면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2인 대표가 됐다. 반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올 1월 이사직에서 해임됐다.신 회장은 또 지난 7월31일 L투자회사 산하 12개 법인 모두에 대해 대표이사로 등기를 변경했다. 표면적으로 형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이를 동의했는지 여부를 두고 법적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신 전 부회장 측은 9개 법인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단독대표로 원상복귀 해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L투자회사를 장악한 신 회장에게 유리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지만, 신 전 부회장측이 법적 대응을 시사하면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게 됐다”며 “롯데가 형제의 난이 고소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이날 일본으로의 국부유출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은 2005년부터 배당을 실시했고, 일본 배당금은 한국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며 “롯데호텔은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된 창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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