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인 결과와 확률은 고정불변이다. 한국로또의 가짓수가 814만5060가지라는 것은 확률로 증명된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베르누이 시행’(Bernoulli’s trials)을 예로 들며 “로또는 예측 자체가 불가하므로 포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베르누이 시행이란 ‘독립시행’이라는 말과 같다. 즉 로또 추첨은 매번 새로운 사건이라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814만5060가지의 조합 중 하나를 뽑는 이 사건은 매번 확률이 리셋(Reset)된다는 얘기다. 베르누이 시행에 따르면 이번주에 나온 1등 숫자가 다음주에도 나올 확률이 전혀 나오지 않은 가짓수와 동일한 814만5060분의1이다.
다시 말해 베르누이 시행을 대입하면 로또는 절대 ‘직소퍼즐’(조각그림 맞추기)이 될 수 없다. 앞으로 814만5060번 숫자를 뽑아도 그림을 완벽하게 맞추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로또 각개 조합의 확률을 모두 합하면 결국 1이 된다. 확률에서 ‘1’이란 ‘참’을 의미한다. 즉, ‘1등 당첨’이라는 얘기다.
어떤 사람은 로또를 카드게임과 비교하며 로또 역시 수학과 확률로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드게임은 1개 사건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확률이 높아진다. 이미 나온 카드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우개로 지우다보면 가용할 수 있는 가짓수가 줄어든다. 그러나 로또는 매주 1개 사건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람들은 수학과 확률을 과신한다. 하지만 사람이 왜 남자와 여자라는 두 종류로만 태어나는지 수학은 증명하지 못한다. 즉, 수학은 이미 존재하는 사건의 현상을 분석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 현상이 생긴 이유는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학과 자연과학은 같은 듯 다르다.
필자는 로또를 ‘폐쇄된 양의 숫자 내 사건의 하나’로 본다. 또 자연현상과 닮았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더한 뒤 접근한다. 따라서 거울수(한국의 경우 46에서 뺀 수)와 같은 개념을 도입하고 수학과 확률에서 나온 결론을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로또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 같은 시간대에 같은 기계로 숫자를 뽑는다. 수학적으로 접근하면 ‘베르누이 시행’이 맞다. 그러나 자연과학적인 사고로 접근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로또숫자의 등장이라는 사건에도 이유를 붙인다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숫자가 탄생하는 이유가 기계 때문일 수도 있고 위도와 경도 또는 지구의 자전속도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렇게 접근하면 로또숫자의 탄생은 매번 ‘베르누이 시행’이라 하더라도 ‘인간세상 속에서 일어난 한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고 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이유에서 어떤 작은 패턴이라도 찾아낸다면 일단 성공한 것이다. 또 실제 몇몇 지표는 이유가 있다고 우리에게 알린다.
수학에서 파생된 확률은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자연과학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걸 명심하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