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오른쪽 1번째) 등 관계자들이 바흐만 제노 정유시설 공사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해외사업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에 이란발 수주 기대감이 불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순방으로 수주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236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이란 테헤란으로 출국,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4일 귀국했다. 청와대는 이 기간동안 66건·371억달러의 양해각서(MOU)와 가계약 등을 체결했고 구두합의 사업까지 합치면 수주액은 456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중 가장 돋보이는 성과는 인프라 관련 사업이다. 국내기업들은 11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예상하는데 이는 이란이 2020년까지 인프라 분야에 투자한다고 밝힌 총 270억달러(약 31조원)의 40%에 달한다. 현재 이란은 제6차 경제 5개년 개발계획을 수립해 오는 2020년까지 평균 8%대 경제성장을 목표로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 개선과 석유화학 현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축소된 해외수주, 이란서 만회하나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가 반토막난 상황에서 각 건설사들도 수주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건설 및 플랜트 업종에서 MOU 약 100억달러(약 11조원), MOA(거래조건협정) 30억달러, 가계약 53억달러 등이 체결됐다.

대림산업은 댐, 철도, 정유시설, 발전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MOU를 체결해 총 100억달러가 넘는 수주를 기대한다. 그간 이란의 경제제재에도 꾸준한 영업활동을 벌인 결과라는 게 건설업계의 평가다.


현대건설 역시 항만, 철도, 가스발전소 등 전통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MOU를 체결했고 병원 등 일반 건축분야에서도 추가적인 수주가 기대된다. 특히 대우건설과 함께 MOU를 맺은 바흐만 제노 정유시설 공사의 총 예상 공사비는 100억달러 규모다. 대우건설은 이와함께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3공구(15억달러 추정)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GS건설도 산업광물통상부 산하 기관인 IDRO와 사우스 파스 가스 유전 개발 11, 14프로젝트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사업규모는 80억달러 수준으로 GS건설은 24억달러 가량의 수주 잔고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 ‘MOU의 함정’, 실제 수주 이어질까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부분이 MOU나 MOA, 가계약 단계기 때문에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진 수주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MOU는 대개 정식 계약 전 상호 간 논의내용을 명시할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강제이행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MOU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당시 자원외교 MOU 96건 중 본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16건에 불과했다.

MOA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역거래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기본적인 거래조건만을 명시했을 뿐 확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MOU를 체결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이정도 수준의 협약은 서로간의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며 치열한 경쟁상황은 변함이 없어 이어지는 협상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백지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장기간의 경제제재로 자금력이 부족한 이란 정부는 외국기업이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려면 자금조달 계획을 동반하도록 하고 있다. 시공사에게 발주금액 조달까지 부담시키는 셈이다.

앞서 중국이 지난 1월 중국 기업의 인프라 수주를 위해 200억달러 규모의 파이낸싱을 제공하기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의 자금조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실상 수주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

이에 따라 정부는 수출입은행 150억달러, 무역보험공사 100억달러 등 총 250억달러의 파이낸싱을 제공할 계획이다. 자본 확충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수은이 또다시 신규 사업에 돈을 대주는 것에 대한 우려가 동반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