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자료사진=뉴시스
부산 소녀상 조례안 통과를 위해 부산시민단체가 부산시의회에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가 조례안 통과를 막기 위해 부산시 고위공직자에게 협조요청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부산시는 외교부의 요구에 따라 조례안을 발의한 해당 시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외교부의 입장을 전달했는가 하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산시의회는 결국 조례안 심의를 보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19일) 부산시 고위인사에 따르면 지난 16일 외교부에서 부산시로 '소녀상 조례안' 통과를 막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날은 17일로 예정된 부산시의회 보건환경위원회의 '소녀상 조례안' 심사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외교부는 소녀상 조례안 반대 이유로 조례안 심사와 같은 날로 예정된 문희상 일본특사 방문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고위인사는 "외교부, 특히 윤병세 장관측에서 전화로 '일본특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막아달라'고 부탁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에게 전달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정명희 시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최 의원이 나서서 조례안을 막아주길 기대했지만 거절됐다.
뉴스1에 따르면 최 의원은 "당시 통화한 것이 사실이다"며 "당시 '윤병세 장관은 '잘못된'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로 이면합의가 있을 경우 청문회는 물론 법적 책임까지 물어야 할 사람이다. 그런 사람 말을 왜 들어야 하냐'고 호통을 치며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를 마치고 정명희 의원에게 전화를 해 힘을 합쳐 소신대로 조례안을 통과시키자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시 고위인사는 이 내용을 박재민 시 행정부시장에게도 보고했고, 박 부시장은 조례안 심사 당일인 지난 17일 정명희 시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조례안 발의자가 나서서 조례안 심의를 보류해달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조례안 발의자에게 조례안 심의를 보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당연히 이를 거절했다"고 불쾌감을 표시하며 "특히 시민을 대표하는 부산시의원에게 시 고위인사가 이를 요구하는 것은 시의회와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복지환경위는 조례안 심의 직전 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불러 찬·반 표결을 거친 뒤 심의를 최종 보류시켰다. 이진수 복지환경위원장이 밝힌 보류 이유는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는 날, 소녀상 조례안을 심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외교부 주장'이었다.
최인호 위원장은 이 같은 외교부와 부산시의 행태에 "잘못된 외교정책을 편 외교부와, 이를 따르면서 시의회 기능을 무시하는 부산시는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외교부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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