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각에서는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일부 인기 종목에만 관객이 쏠려 국내 비인기 종목의 관중석이 텅 비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빙상의 유일한 구기종목인 아이스하키도 그렇다. 아이스하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진출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아이스하키는 인기가 좋은 스포츠다. 동계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4개 디비전에서 31개 팀이 우승을 두고 다투며 이와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 아이스하키 리그(KHL)도 4개의 디비전 28개 팀이 자웅을 겨룬다. 이들 국가에서 아이스하키는 농구와 축구에 비견된다. 아시아 최강이자 이웃국가인 일본만 봐도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현업에서 느끼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송상우 고양 위너스 아이스하키팀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상우 고양 위너스 아이스하키팀 감독. /사진=박흥순 기자
◆국가대표 출신 아이스하키 전도사
스산한 바람이 불던 지난달 말 송상우 감독을 만났다. 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답게 다부진 체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선한 인상과 밝은 성격을 지닌 ‘무골호인’임을 알 수 있었다.
송 감독은 자신을 소개하기에 앞서 올림픽 무대를 밟는 후배들에게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이 올림픽에 나간 것은 처음이다. 송 감독 본인도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두번 달아봤지만 올림픽에 나선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를 거친 후 2000년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에 입단했다. 선수생활 중 두번의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며 2007년 은퇴 후 고양위너스 아이스하키팀을 이끌고 있다.
송 감독은 아이스하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마치 아이스하키 전도사 같았다. 인터뷰 도중에도 연신 아이스하키의 장점과 매력을 말했다. 심지어 사진을 촬영할 때도 ‘김치’, ‘위스키’가 아닌 ‘아이스하키’라고 말했다.
학창시절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하던 그는 당시 아이스하키 감독의 설득에 넘어가 종목을 아이스하키로 전향했다고 이야기했다. 송 감독은 “한번 경험해 보기 위해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는데 단순히 스케이트만 타는 것이 아니라 퍽과 스틱을 가지고 노는 게 재밌었다”며 “쉬지 않고 경기하는 아이스하키의 다이나믹한 점에 이끌렸다”고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설파했다.
사람들은 아이스하키가 격렬하고 신체접촉이 많아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송 감독은 이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아이스하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씁쓸하다”며 “안전장비를 모두 착용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안전장비도 하나씩 바꿀 수 있어 의외로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축구나 농구가 더 위험한 운동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고양 위너스 아이스하키팀
◆국내 아이스하키 저변 확대할 것
송 감독은 현업에서 은퇴하면서도 아이스하키에 대한 애정 때문에 아이스링크를 떠나지 못했다. 그는 은퇴한 지 3년 만인 2010년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다시 빙판을 찾았다. 그때 문을 연 팀이 현재 그가 감독 겸 총괄을 맡고 있는 고양 위너스 아이스하키 팀이다. 창단 초기 주변에 뜻을 같이한 동료들이 있어 코칭스태프 구성이 어렵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스하키가 좋아서 아이스링크로 돌아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송 감독은 “감독에다 팀 운영을 총괄하다 보니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며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스링크를 구하는 것인데 이 점은 팀을 운영한 지 7년째인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 유소년팀 80개, 중학교 6개, 고등학교 6개, 대학교 5개 팀이 있는데 이 적은 팀들이 경기할 공간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비인기종목이다 보니 수입도 일정치 않고 협회의 지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송 감독은 자신의 집을 팔아 슈팅 전용 공간을 마련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이 없다 보니 현실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아이스하키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괴로움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송 감독에게 아이스하키 팀을 운영하면서 설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아이스하키 저변 확대’. 송 감독이 위너스 팀에 가족이 함께 아이스하키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와 아이가 함께 아이스하키를 즐기다 보면 가족간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고 아이스하키의 인지도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함께 땀흘리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자 계획한 프로그램인데 반응이 썩 괜찮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가지는 국민이 늘어날 것이다”며 “국가대표 후배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7호(2017년 12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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