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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있으시죠? 수액 맞으세요."
#.직장인 김모씨(36)는 얼마 전 감기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그는 오후에 업무량이 많아 빠른 완치를 위해 주사처방을 요구했지만 의사는 수액주사를 맞으라고 권유했다. 김씨는 2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수액주사를 맞고 회사로 복귀했지만 큰 증상완화를 느끼지 못했다.

몇년 전부터 주사처방 대신 수액주사를 권하는 의료기관이 많아졌다. 수액주사란 비타민이나 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함유된 수액을 몸에 직접 맞는 것으로 의료기관에서는 환자가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이 주사처방을 권하는 추세다. 병원에서는 왜 주사처방보다 진료과정이 더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걸리는 수액주사를 권하는 것일까.


◆실손보험 가입자에 과잉진료 논란도

수액주사는 활력증진과 피로회복에 효과가 좋은 마늘주사, 비타민D 부족환자에게 놓는 비타민D주사, 필수아미노산을 공급하는 아미노산 주사 등 종류만 수천가지에 달한다. 의료기관에서는 주로 피로회복, 간기능회복, 비타민 보충, 감기회복 등에 사용되는 수액주사가 인기다.

가격도 다양하다.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수액주사는 기본적으로 1만원 이상의 가격표가 붙는다. 10만원을 훌쩍넘는 수액주사도 있다. 과거 주사처방 시 1만원 이하의 비용으로(건강보험 적용)진료를 받았던 환자 입장에서는 굳이 고가의 수액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처럼 의료기관이 수액주사를 권하는 이유는 실손보험이 적용돼서다. 병원이 고가의 수액주사를 권해도 보험처리가 되니 환자입장에서도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권한다. 수액주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환자는 오히려 주사처방보다 수액을 선호한다.

특히 피로에 찌든 직장인의 경우 일부러 병원을 찾아 피로회복주사를 맞는 경우가 많다.

광화문의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장 많이 찾는 주사는 포도당과 비타민, 마늘주사"라며 "30분 정도 수액주사를 맞고 푹자고 나오면 피로회복 효과가 크다. 감기처방에도 일반적인 주사대신 수액주사를 찾는 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의료기관들이 수액주사를 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돈이다. 수액주사는 대부분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이다. 비급여 의약품은 정부가 관리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항목과 가격을 자체적으로 정해 진료한다.

의료기관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환자에 모든 비용 부담을 지게 하고 비급여 의약품을 처방하더라도 막을 수단이 현재로서는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수익이 아쉬운 병원에서 감기 환자에 단순히 급여 대상인 약만 처방하기보다 비급여 주사까지 처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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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단순 감기진단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드는 진료비는 의사진료비+약 처방+주사(맞았을 때)로 총 1만원 내외의 진료비가 발생했다. 하지만 수액주사 진료 시 총 진료비는 3만원이 훌쩍 넘게 된다.

개원의를 중심으로 다수의 의료기관들이 수액주사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다보니 비급여 진료비도 급증세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16년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주사료는 2012년 9조9000억원에서 2013년 11조2000억원, 2014년 11조2000억원, 2015년 11조5000원 등에서 2016년에는 13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환자들도 의료기관이 너무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A씨는 "감기기운이 있어 약만 처방받으러 갔는데 굳이 30분씩 수액주사를 맞고 쉬다가라고 권한다"며 "실손보험은 내가 돈 내고 가입했는데 혜택은 병원이 가져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병원에 가면 의사의 처방은 절대적인데 누가 거절할 수 있겠나"라며 "의료기관에서 좀 더 양심적으로 치료에 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