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스파크. /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이 최근 위축되고 있는 국내 경차시장 탓에 고민에 빠졌다. 내수판매의 핵심 모델이 경차인 ‘스파크’이기 때문.
최근 추세를 반영해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SUV 강화 계획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신뢰도를 잃고 추락하고 있는 한국지엠은 스파크를 대체할 새로운 주력 모델을 확보할 수 있을까.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차시장은 최근 하향세다. 2014년 18만6702대가 팔린 경차는 2015년 17만3418대, 2016년 17만3008대, 2017년 13만8895대로 지속 감소했다.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올해 1~9월 경차 판매량은 9만25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줄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최근 5년간 경차 판매량 기준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경차의 하락세는 소형SUV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2016년 출시된 쌍용자동차의 소형SUV 티볼리는 첫해 5만6000여대가 팔리며 쌍용차의 재기를 이끌었다. 여기에 한국지엠 트랙스, 르노삼성 QM3,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 등이 가세하면서 소형SUV시장에 불이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혜택과 저렴한 가격 등이 경차 수요를 이끌었지만 유사한 가격대에 거주성이 더 좋은 소형SUV가 등장하면서 경차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며 “큰 폭의 변화가 없는 경차 혜택보다 소형SUV의 주행감, 거주성이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차 수요 위축은 최근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한국지엠에게 악재가 될 전망이다.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한국지엠의 내수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경차시장의 침체는 분명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한국지엠의 최근 내수판매 실적을 보면 장기적으로 경차 수요의 감소세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국지엠의 1~9월 판매량 기준 가장 높은 판매비중을 보이고 있는 모델이 스파크다. 이 기간 스파크는 2만6920대가 팔리며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단인 말리부가 1만1643대가 팔려 자체 기준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스파크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이 같은 시장상황을 의식한 것일까. 한국지엠은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SUV 라인업 강화 계획을 밝혔다. 당시 한국지엠의 영업·서비스·마케팅 부사장직을 맡고 있던 데일 설리번은 “쉐보레는 1935년 SUV 개념을 첫 도입한 후 장기간 글로벌 SUV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며 “SUV의 내수시장 판매 비율을 앞으로 63%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SUV 강화 전략이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 야심차게 선보인 SUV 모델 이쿼녹스가 지난 6월 출시 후 4개월여간 858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신차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는 앞으로 도입 가능할 추가 SUV 모델 등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전체적인 경차 판매가 감소 추세이지만 스파크가 6월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전보다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다”며 “전체 경차시장 규모는 줄었어도 모닝보다는 감소 폭이 완만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10월부터 가전제품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 TV 광고 등도 방영 중”이라며 “시장에 경차 붐을 다시 일으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판매량은 아직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