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하이브리드(상단), 아이코스3(왼쪽 하단), 글로 레드 / 사진=각 사.
‘담배 연기 없는 미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이끄는 한 업체의 비전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출시 2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시장점유율 10%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자담배의 인기는 오히려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문제를 제기했고 소송전으로 확대되는 등 찬반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머니S>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추세와 전망, 유해성 논란의 본질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궐련형 전자담배, 약인가 독인가] ① ‘불꽃 없는 전쟁’ 2라운드
궐련형 전자담배가 5개월 만에 다시 점유율 10%로 올라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냄새가 덜하다는 매력에 많은 애연가가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정부가 지난 6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유해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장점유율은 흔들림이 없다. ‘냄새가 나지 않는’ 장점이 유해성 논란을 덮어버린 양상이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선두주자인 필립모리스를 비롯해 토종기업인 KT&G와 BAT코리아 등이 삼분한다. 이들 3사는 최근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기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하는 등 궐련형 전자담배 쟁패 2라운드를 예고했다.
◆'냄새 없는' 장점에 인기 고공행진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궐련형 전자담배는 2990만갑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10.4%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첫 집계 후 역대 최고치이며 지난 5월(10.0%) 이후 두 번째 10%대 점유율이다.
전자담배 점유율은 출시 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처음 집계된 지난해 5월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만갑, 시장점유율 0.1%에서 12월 1740만갑, 6.1%로 급증했고 올 들어서는 매월 8~1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반담배 판매량은 감소했다. 2017년 1~3월 일반담배 판매량은 7억9970만갑이었지만 올 1~3월에는 7억1510만갑으로 8460만갑(10.6%) 줄었다.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6880만갑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탄 애연가가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연가들이 꼽는 전자담배의 최대 장점은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흡연장소가 점차 줄어드는 등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애연가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옷에 밴 담배냄새는 직장 동료는 물론 가족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자동차나 좁은 방안 등 실내에서 흡연을 할 경우 일명 ‘너구리굴’로 불렸다. 전자담배는 이런 부담감을 덜게 만들었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특유의 휘발성으로 연기가 사라져 여러 명이 동시에 흡연하더라도 표시가 덜 난다.
또 다른 장점은 일반담배와 유사한 담배맛이 꼽힌다. 10여년 전쯤 유행했던 액상 전자담배의 경우 냄새가 거의 없다는 장점에 초창기 인기를 끌었지만 담배맛이 기존 흡연가를 충족시키지 못해 인기가 시들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6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타르가 더 많다고 발표해 최근에도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지만 애연가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식약처 발표 당월인 6월 전자담배 점유율은 9.6%, 다음달인 7월 점유율은 9.7%로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혁신적인 제품의 연구개발에 15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자했다”며 “전자담배는 흡연가들이 불로 태우는 일반담배보다 나은 대체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기획재정부
◆제품 리뉴얼·포트폴리오 확대 '2라운드 예고'궐련형 전자담배를 이끄는 기업은 필립모리스(아이코스), KT&G(릴), BAT코리아(글로) 등 3사가 대표적이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를 처음 선보이며 전자담배 열풍을 일으켰고 KT&G와 BAT코리아가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현재 시장은 아이코스가 약 70%를 점유하고 KT&G가 20~25%로 뒤를 따른다.
내년부터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3사가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2라운드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전자담배를 고르는 기준은 브랜드, 디자인, 연속사용(연사), 스틱의 호환성 여부 등 소비자마다 다르다. 각 사 제품마다 장단점이 엇갈리는데 리뉴얼 제품은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소비자 선택 영역도 넓어졌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KT&G다. KT&G는 지난 5월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한 ‘릴 플러스’를 출시한 이후 10월 ‘릴 미니’, 지난달 말에는 ‘릴 하이브리드’를 잇따라 선보였다. 주력제품은 단연 릴 하이브리드다.
릴 하이브리드는 디바이스(전자담배기기)에 액상 카트리지를 결합해 사용한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액상이 가열돼 발생하는 증기가 스틱을 통과하면서 흡연하는 방식으로 기존 가열식 전자담배 대비 연무량이 향상되고 특유의 찐맛은 줄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기존 릴 제품은 자사의 ‘핏’(Fiit)과 필립모리스의 ‘히츠’(Heets)의 호환이 가능했지만 이번 릴 하이브리드는 전용 스틱만 사용이 가능하다. KT&G 관계자는 “각 사의 제품마다 최적화된 가열온도 등이 달라 호환이 가능하더라도 해당 제품에 맞는 스틱을 사용할 때 최적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며 “‘릴 하이브리드’는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전용 스틱만 사용 가능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필립모리스는 지난달 ‘아이코스3’와 ‘아이코스3 멀티’ 2종을 선보였다. 아이코스는 출시 이후 전자담배 마니아층에게 호응도가 가장 높았지만 연속 사용(연사)이 안된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코스3 멀티는 최대 10회 연사가 가능토록 설계됐으며 배터리와 디바이스를 일체형으로 구현해 휴대성을 높였다. 아이코스3는 기존 제품과 동일하게 연사가 안되고 배터리와 디바이스가 분리됐지만 충전시간 단축과 크기 축소로 기존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글로 레드는 지난 7월 출시된 글로2의 한정판 제품으로 강렬한 붉은색이 인상적이다. 글로2는 궐련형 전자담배 중 유일하게 스틱을 360도 감싸 내부까지 균일하게 가열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전용 스틱인 ‘네오’만 사용 가능하며 지난달 출시한 네오 트로피컬 쿨 플러스 등 8가지 맛을 내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자담배는 냄새가 없다는 장점만으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출시 초기에는 유해성과 냄새가 덜하다는 장점이 마케팅 핵심이었다면 신제품은 담배 본연의 맛을 살리는 동시에 편의성을 강화하는 등 아쉬운 점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연 분위기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전자담배의 성능은 앞으로 더욱 발달할 것인 만큼 전자담배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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