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 넵튠 대표. /사진=채성오 기자
2014년 ‘라인퍼즐탄탄’으로 일본시장에서 큰 흥행을 거두며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분야를 확장했던 넵튠은 올 들어 다중채널네트워크(MCN) 및 e스포츠 대표 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스틸에잇’에 각각 지분투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오라이언자산운용, 파인밸류자산운용, SNK코퍼레이션 등 7개사와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유치한 49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투자한 것. 넵튠은 250억원을 들여 온라인기반 방송플랫폼과 e스포츠 매니지먼트사에 미래를 걸었다. 

◆보는 게임, 피할 수 없는 흐름
정욱 넵튠 대표는 올해 게임산업을 바꿀 혁신 포인트로 게임방송과 e스포츠를 꼽았다. 넵튠이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스틸에잇에 지분을 투자한 결정적 이유다. 유저간 온라인 소통이 강화되고 부분유료화가 도입되면서 게임 비즈니스모델(BM)이 변한 것처럼 ‘보는 게임’이 산업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도티를 비롯해 풍월량, 장삐쭈 등 150명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제작업체다. 콩두컴퍼니로 출발한 스틸에잇에는 프로게이머 출신 서경종 대표를 필두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포트나이트 등 각 게임을 대표하는 선수단과 전문 코치진이 포진했다. 넵튠은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스틸에잇에 각각 100억원과 150억원을 투자해 지분 23.9%와 33.7%를 확보했다.

정 대표는 “e스포츠분야에 관심도 있었지만 친분이 있는 서경종 대표가 콩두컴퍼니에서 사업 역량을 키워가는 것을 지켜보며 점차 신뢰가 쌓였다”며 “샌드박스네트워크는 MCN시장의 양대 산맥 중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뛰어난 방송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를 안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트위치TV, 페이스북 등 미디어플랫폼의 증가와 동영상 데이터 소비 패턴의 변화로 보는 게임은 산업적 측면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보는 게임 트렌드는 지난달 15일 열린 지스타 2018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게임사별 부스에 연예인 대신 아프리카TV BJ나 유튜버가 등장해 관람객과 함께 게임하며 소통했다. 스트리머의 경기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e스포츠나 이벤트 매치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정욱 넵튠 대표가 MCN과 e스포츠 산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보는 게임의 위상은 글로벌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을 시청한 유저는 9960만명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고 최고 동시시청자 수가 4400만명을 돌파했다. 감상형 콘텐츠소비가 글로벌트렌드로 정착했다는 평가다.
시장 성장속도 역시 무섭다.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MCN의 경우 2016년 3000억원 규모에서 매년 2~3배씩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e스포츠도 같은 기간 83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넵튠도 이번 지분투자로 게임방송 및 e스포츠 비즈니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스틸에잇 은 LoL 프로구단 ‘그리핀’을 인수하면서 e스포츠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스틸에잇은 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포트나이트 구단을 보유해 e스포츠 사업확장성까지 갖췄다. 글로벌 e스포츠 영역을 넓힌 배틀그라운드가 제2동력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대표는 “게임방송과 e스포츠의 성장이 게임산업을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바꿀 텐데 개발사 입장에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투자를 통해 넵튠이 개발한 게임에 방송과 e스포츠를 접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비즈니스 확대

넵튠의 내년 첫 목표는 스틸에잇이 보유한 그리핀의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2019’ 진출이다. 지난 시즌 롤드컵 문턱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켰기 때문에 내년 당면 과제를 롤드컵 진출로 정했다.

기존 선수단과 2020년까지 계약이 남아 있어 전력보강에 신중을 기하던 그리핀은 최근 ‘카비에’ 정상현을 영입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넵튠은 올해를 위기이자 기회로 삼고 e스포츠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실제로 올해 LoL e스포츠와 국내 게임업계는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 5월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서 킹존 드래곤 X가 중국의 로얄네버기브업(RNG)에게 우승컵을 내준 데 이어 국가별 대항전인 리프트라이벌즈도 중국 프로리그(LPL)에 무릎을 꿇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롤드컵마저 중국팀에 자리를 내주며 최다 우승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스토브리그를 통해 이적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주요 선수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유출도 위기설을 가중시켰다. 기타 게임 글로벌 e스포츠 대회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넵튠은 e스포츠 비즈니스를 늘려 선수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향을 내세웠다. 대규모 스폰서십으로 무장한 중국 거대자본에 맞서기 위해 특화콘텐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세계시장에서도 다양한 채널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시청이 가능한 만큼 관계사와 힘을 합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e스포츠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넵튠의 신규 라인업. 위부터 프렌즈대모험, 나나카게, 미니막스: 타이니버스. /사진=카카오게임즈, 넵튠
넵튠은 내년 다양한 신작을 선보인다. 국내시장에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프렌즈대모험’을 출시하고 일본에 야구게임과 모바일PvP ‘나나카게’를 론칭할 계획이다. 자회사 오올블루의 PC게임 ‘미니막스: 타이니버스’를 연내 스팀 얼리엑세스 형태로 등록하는 한편 아크베어즈의 모바일 배틀로얄게임 ‘블랙서바이벌’을 내년 상반기 중국 스팀 플랫폼에 출시한다.
정 대표는 “언제나 그렇지만 어려울 때가 가장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만드는 게임들이 내년에 대회를 할 만큼 성과가 나서 스틸에잇이나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함께 하는 콘텐츠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