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이비엘바이오 홈페이지.
바이오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 후 2년 만에 국내외 주요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좋지 못하다는 점은 부담요소다. 일반청약 공모 미달로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전량 인수하는 등 시작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다.

◆일반 공모청약 미달… 개인 투심 못잡아


에이비엘바이오는 오는 1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액은 1주당 1만5000원으로 공모자금은 900억원이다.


당초 기관투자자는 72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는 일반투자자들에게 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 청약은 문제가 없었지만 일반투자자 공모(11~12일)에서 94만주만 청약됐고 최종 52만주만 배정됐다. 나머지 68만주는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했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적자기업이라도 시가총액·세전이익·자기자본이 기준치를 충족할 경우 상장이 가능한 제도다. 즉 현재 실적이 부족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상장을 허용해주는 것으로 거래소가 기술평가기관 12곳 중 1곳에서 A등급 이상, 다른 1곳으로부터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기조엔 제약바이오업체만 허용됐지만 2014년 7월부터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의약품 전문개발 기업으로 2016년 설립됐다. 이중항체의약품은 하나의 약물구조 내에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을 타겟하는 부분을 가진 항체의 약품을 말한다. 기존 단일항체의약품 대비 우수한 효능과 낮은 독성·비용의 장점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느 기술특례 기업과 마찬가지로 재무여건은 그리 좋지 못하다. 올 3분기 누적 순손실은 1100억원에 달해 지난해 동기(-70억원)보다 대폭 나빠졌다. 9월 말 결손금액은 1988억원으로 지난해 말(-885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불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올 9월 말에는 100.5%로 개선됐는데 상장을 앞두고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1900여억원이 자본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RCPS는 투자자가 약속된 기간에 상환을 받거나 발행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주권을 말하며 투자자가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고 상환을 원할 경우 현재 재무여건상 상환압박을 받을 수 있다. RCPS는 회사채를 발행할 만한 여건이 어려운 코스닥 기업이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특례 상장사, 주가 부진… 성장성 관건

우호적 전망만으로는 투자심리를 이끌기 부족하다. 지난달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중 티앤알바이오팹(-50.1%), 네오펙트(-42.4%), 싸이토젠(-30.6%) 등의 지난 14일 종가는 공모가를 크게 밑돌았다. 성장성 특례 1호 상장기업인 셀리버리의 경우 최종구 금융위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직접 본사를 방문하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주가는 한달이 채 안돼 공모가보다 8% 낮게 형성돼 있다. 모두 의료기기·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강점은 빠르게 나타난 성과다. 지난달 말 미국의 트리거테라퓨틱스(TRIGR Therapeutics)와 5억9000만달러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공하는 등 출범 후 국내 동아ST, 유한양행, 디티앤싸노메딕스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김지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유사 기업 대비 이중항체의약품의 임상 진전도가 빠르며 최근 기술이전 계약 성공으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며 “초기 단계인 글로벌 이중항체의약품 산업이기에 초기 단계의 기술이전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이중항체 부문의 국내 선두주자로서 설립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을 감안했을 때 최대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고 지속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에 꾸준히 나서는 등 펀더멘털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