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지성규 하나은행장 내정자·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허인 KB국민은행장/사진=각 은행
시중은행이 ‘글로벌통’ 은행장을 내세워 새판짜기에 돌입한다. 포화 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은행권의 고민과 전략이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중 오는 3월 행장 임기가 만료되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당초 예상을 깨고 차기 행장을 전격 교체했다.
3월 말 취임하는 KEB하나은행장 후보자 지성규 부행장은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중국통'이다. 지난 2001년 홍콩지점 부지점장, 2003년 심양지점장을 거쳐 2007년 하나은행 중국법인 설립 부단장을 지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하나·외환은행 중국법인 통합을 이끈 뒤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역임하며 중국 법인 성장을 이끌었다. 그동안 중국법인 당기순이익은 2014년, 2015년 순손실에서 2018년 3분기 누적 66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당기순이익 중 중국법인 비중도 2016년 8.5%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22.5%로 확대됐다.
진옥동 신한은행 내정자는 뱅커 경력 38년 중 18년 이상을 일본에서 보냈고 2008년부터 10년 연속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이다. 지난 1997년 신한은행 오사카지점 차장을 시작으로 2009년 오사카지점장, 일본법인인 SBJ은행 법인장 등 신한금융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해외에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3215억원을 벌어들였다. 특히 현지 외국계 은행 중 1위로 성장한 베트남 신한은행이 이런 실적을 이끌었다. 베트남 신한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200만달러,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37억달러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미국 LA지점장,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 등을 거친 국제통이다. 지난 2017년 취임 후 지난해 캄보디아 WB파이낸스 등을 인수하며 해외 시장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손 행장은 오는 2020년 말까지 해외 부문의 당기순이익 비중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수는 26개국 441개로 국내 은행 중 1등이다.
허인 KB국민은행은 대표적인 국내 영업통으로 글로벌 부문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하지만 취임 기간 국민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부문 이익은 605억원으로 전년(235억원)보다 150% 이상 오르는 등 국내외 고른 성장을 이끌었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기획·전략통이나 영업통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주로 은행장에 선임됐으나 글로벌 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전문가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글로벌 전문가 행장들의 선임은 글로벌 사업의 성장속도를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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