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본계약 체결뒤 계약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은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둔 조선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이번 계약에 따라 출범하는 한국조선해양은 컨트롤타워 겸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포부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의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이날 현대중공업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8000원(-2.25%) 내린 3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현대중공업은 5000원(-3.83%) 내린 12만5000원에 마감됐다. 거래량은 각각 2만1545주, 37만5709주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 보다 125.82%, 155.51% 늘었다.
주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현대중공업지주 지분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통해 합작법인(중간지주/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신설)으로 나눈 뒤 합작법인을 상장시킬 예정이다. 이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합작법인에 넘기고 1조25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와 8300억원의 보통주(중간지주 신주)를 받게 된다.
이후 합작법인은 기존 주주배정 방식으로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한다. 이때 합작법인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1조2500억원를 포함한 1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신주와 맞바꾼다. 해당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쓰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절차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간다. 우선 단기간 유상증자 진행으로 전체 발행주식수가 늘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 진행으로 보통주는 21.4%, 상황우선주를 포함하면 전체 발행 주식수는 34% 가량 증가한다”며 “유상증자의 주가 부담이 예상되고 현대중공업지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번 인수가 주당순자산가치(BPS) 희석과는 상관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BPS 희석 및 증대 효과는 없다”며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취득 규모만큼 물적분할 후 설립된 조선합작법인 지분을 증자해 산업은행에 넘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양형모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자재 조달을 통한 원가절감, 수직계열화, 상선건조경쟁력 등이 강점이고 대우조선해양은 LNG 기술력,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 등이 강점”이라며 “ 업황 회복기에 두 회사의 시너지는 매우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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