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왼쪽 세번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에 대한 전체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최진석 기자
지난 수개월여간을 끌어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가 결국 노사정 합의에 실패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위원회는 15일 브리핑을 통해 ILO 기본협약 비준에 필수적인 관련 법을 놓고 노사간 논의를 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전체 회의 25회, 간사단 회의 6회, 공익위원 회의 11회, 이외에 수차례에 걸친 비공식협의 등 지속적인 노력에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ILO가 정해 놓은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2개,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2개 등 4개를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았다.

이후 2010년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당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는데 EU는 올 4월9일까지 성과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출범해 지난해 11월 1단계로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정부의 노조설립 심사권 축소 ▲특수형태종사자 노동권 보장 ▲공무원·교원의 노조가입 확대 등 노동자 단결권에 합의하고 2단계로 경영계의 입장을 논의할 방침이었지만 이에 2단계 논의에서 노사간 갈등이 지속됐다.


노동계는 조건없는 조속한 비준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가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절차 보완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 강화된 노조의 단결권으로부터 사측의 경영권을 보호할 대책을 요구하며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

그러나 논의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경사노위 개선위 논의는 이것으로 마무리하되 공익위원 권고안은 경사노위 운영위로 넘겼다.

경사노위 공익위원 권고안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으로 나뉘었다. 우선 노동조합 설립 및 가입자격에 대해 해고자와 실업자 등 노동조합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내용으로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에 대해서는 가입범위를 6급 이하 직급으로 제한하되 담당 직무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교원노조 설립을 허용하도록 권고했다.

단체교섭권과 관련해서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선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도록 했고 단체행동권과 관련해서는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직장점거를 규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수형태고용종사자에 대한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고 업무방해죄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등 처벌규정을 전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박수근 노사관계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LO 기본협약 비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면서 “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 국내법 개정은 기본적 인권을 노동의 장에서 실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ILO 기본협략 비준과 관련 법 개정 의제에 관해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점을 고려해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각종 쟁점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공익위원 최종안을 제시한다”며 “이를 기초로 사회적 합의를 구하고 정부와 국회에 대해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