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사진=로이터
올 들어 20%대 수익률로 선방했던 유럽펀드에 비상등이 켜졌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주 협상 초안에 합의하면서 한숨 돌렸던 ‘브렉시트’ 우려가 재부각 되고 있다.
23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번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유럽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유럽펀드(18일, 37개)는 올 들어 19.3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누적기간을 줄여도 3.75%(6개월), 1.90%(3개월), 1.42%(1개월) 등의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다른 선진국(일본 제외)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문제는 수익률은 선방했지만 수탁고는 꾸준히 줄어드는 데 있다. 유럽펀드 설정액에서는 연초 이후 2169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개별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크게 줄어든 펀드는 ‘슈로더유로펀드(주식-재간접형)’ 시리즈로 총 835억4021만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펀드의 모펀드는 유럽경제통화연맹(EMU)에 가입된 국가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유럽 시장, 정치, 경제상황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상도 ‘스몰딜’에 그쳤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유럽펀드가 연초 이후 수익률이 좋더라도 ‘브렉시트 노이즈’ 직간접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상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유럽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기대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수위를 점차 높이는 미국의 대EU 무역압박은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이미 쪼그라든 체감경기과 실물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한동안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미국은 이달 유럽산 농산물, 항공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고 함께 11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는 영국 하원이 합의안 승인 투표를 보류하자 EU에 내년 1월31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달라는 공식서한을 보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정부가 요청한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재표결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공은 EU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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