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김창성 기자
최근 몇년간 소형아파트의 인기는 뜨거웠다. 결혼하지 않는 비혼주의자가 증가하는 한편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율, 1인 노령가구의 증가 등이 뒷받침돼서다.
반면 올 들어서는 대형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다시 돋보이며 반전을 꾀하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소형아파트는 다른 규모의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높고 수요층도 많아 임대사업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9·13부동산대책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자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소형아파트 쏠림 현상으로 찬밥신세로 전락했던 대형아파트는 가격 상승률이 높아지며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세금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에 주택 규모를 크게 옮겨가고 있어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

여기에 임대수익을 누릴 수 있는 세대 분리형으로 개조하거나 셰어하우스 등의 활용성이 대두되면서 대형아파트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인 계기도 마련됐다.


이러한 대형아파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 따라 가격상승률도 크게 치솟았다.

부동산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만랩이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 1월 서울 대형 아파트의 매매평균가격은 18억1961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9월에는 18억8160만원으로 오르는 등 9개월간 3.41%나 상승했다. 이는 서울 아파트 규모별 가격 상승률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어 중형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올 1월 8억9033만원에서 9월 9억2025만원으로 올라 3.36% 상승했고 중소형 아파트가 5억8291만원에서 6억254만원으로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소형아파트의 경우 3억5040만원에서 3억5865만원으로 2.35% 올라 서울에서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량도 돋보였다. 올 1~8월 서울 대형아파트 거래량은 총 1999건으로 나타났으며 강남구가 50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송파구 368건 ▲서초구 291건으로 강남3구에서만 대형아파트 거래량이 1162건으로 확인됐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대형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공급 불일치와 규제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인 상승”이라며 “1~2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 현상이 이어져 대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지속될 수 없다는 분석들도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와 더불어 세대분리형 아파트로 개조를 하거나 셰어하우스 등으로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대형 아파트의 가치 재인식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