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 장관 회담 차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장관과 회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이틀간 공식 방한한 가운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에서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이며 파트너"라며 "이웃들 간 왕래와 협력을 강화해 서로 이해·지지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은 시종일관 독립적·자주적인 평화 외교정책을 시행한다"며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을 반대하고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자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한다. 다른 나라의 내정간섭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 안정·평화의 최대 위협은 일방주의가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패권주의 행위가 국제관계 규칙에 도전하는 것"이라 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책임지는 나라들과 함께 다자주의 이념을 견지하고 공평과 정의의 원칙을 지키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체제,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질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초석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제를 굳건하게 수호할 것"이라 했다. 이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대미 비판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국무위원은 "오늘 저는 (강경화) 장관님과 각 분야의 호혜적인 협력 강화와 지역 및 국제정세의 새로운 변화, 새로운 정세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우리 사이에 반드시 새로운 공동 인식이 형성될 것"이라 덧붙였다.

강 장관은 "양국관계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성과를 평가하고 다소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강 장관이 '미진한 부분'이라 언급하자 배석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 데 이어 왕 국무위원 역시 통역을 통해 전달받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2016년 사드 갈등 후 남은 한중 관계 냉기류를 의미하는 걸로 해석된다.

강 장관은 "세계정세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중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양국정상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국간 협력을 더욱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서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오늘 회담을 통해 정상 및 고위급 교류 활성화 방안과 함께 경제, 환경, 문화, 인적교류 등 실질협력 증진 구상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한중간 협력방안, 지역과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의견교환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