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계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박항서 감독. /사진=로이터

박항서 감독이 또 다른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우승 등 엄청난 성과를 낸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시안게임 왕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5시 필리핀 비난 풋볼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SEA)게임’ 축구 B조 예선 5차전에서 태국과 2-2로 비겼다. 4승1무를 기록한 베트남은 4승1패의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이날 무승부로 3승1무1패에 그친 태국은 탈락했다.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대회 통산 16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태국은 4연패를 노렸던 강호다. 그러나 태국을 상대한 베트남의 저력이 돋보였다. 전반 10분 만에 골키퍼 실수 등이 나오며 두 골을 헌납한 베트남은 전반 14분 응우옌 띠엔 링이 헤더 골을 터뜨리며 곧바로 만회했다.


후반전에도 총공세에 나선 베트남은 페널티킥을 통해 기어코 동점골까지 만들어냈다. 키커로 나선 후인 떤 싱이 실축했으나 태국 골키퍼가 먼저 움직였다고 판단한 주심이 다시 차라는 판정을 내렸고 띠엔 링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는 등 극적인 상황까지 연출됐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태국은 최근 박 감독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영입했다. 니시노 감독은 일본을 러시아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명장이다. 그러나 니시노 감독의 태국은 현재까지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을 상대로 3무 1패로 고전하고 있다. 그만큼 박항서 감독의 저력이 대단하다.

‘숙적’ 태국을 탈락시킨 베트남과 박항서 감독은 60년 만에 대회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1959년 초대 대회에서 남베트남이 우승했으나 통일 이후에는 한 차례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보다도 중요한 대회인 만큼 베트남 국민들은 박항서 감독이 염원을 달성해주길 바라고 있다.


태국이 탈락한 가운데 남은 대진도 비교적 해볼 만하다. 준결승 상대 캄보디아는 조별리그에서 2승1무1패(승점 7점)로 가까스로 4강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베트남(94위)보다 한참 아래인 173위다.

캄보디아와의 4강전은 오는 7일 밤 9시(한국시간)에 열린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인도네시아-미얀마 승자와 대회 우승을 두고 다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