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사진=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본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날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문희상 의장이 여야 정치권이 조속한 시일 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변인에 따르면 문 의장은 "제발 상식을 갖고 협상장에 나서주기를 국회의장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고 여야에 당부했다.
문 의장은 이날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으나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하며 협상이 불발되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주말 내 마라톤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달라고 한 당부도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한 대변인이 발표한 국회의장 입장문에 따르면 문 의장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만 연출하고 있다. 부끄럽고 부끄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문 의장은 "국회의장인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매일같이 모욕적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는 온데 간데 없고 '비토크라시'만 난무하고 있다"며 "상대를 경쟁자나 라이벌이 아닌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여야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거친 언사만 주고받는 사이 이날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지지세력이 국회 본청에 난입을 시도하며 시위를 벌인 데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 의장은 "오늘 특정 정치세력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했다"며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 모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집권여당은 물론 제1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들이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모두 거리로 나와 광장에서의 대립이 일상화된다면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국회는 존재 의미를 잃게될 것"이라며 "정당이 국회를 버리는 건 스스로 국회의 품위와 권위를 지키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죽이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