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BS
[주말 리뷰] “펭수 굿즈를 샀더니 문제집이 따라 왔어요.” “펭수능력시험 펭수영역 보면 굿즈를 드려요.” “펭수 굿즈로 펭수 모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토끼모자처럼 누르면 펭수 손이 올라가서 하루종일 ‘펭-하’(펭수 하이) 가능하게요.”
펭수를 향한 10~30대들의 ‘팬슈머’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네이버·다음 카페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펭수 굿즈(캐릭터 상품)를 둘러싼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펭수는 교육방송(EBS)의 자이언트 펭티브이(TV) 출연하는 캐릭터로 최근 젊은층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EBS는 연내 공식 굿즈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팬들은 기다리다 못해 직접 나서기도 한다.

바야흐로 팬슈머 시대다. 팬슈머란 캐릭터와 연예인 등 이미 유통 중인 상품과 콘텐츠를 다량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상품을 기획하거나 제작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교수가 내년을 이끌 트렌드 중 하나로 소개했다. 기획·유통·홍보·비판 등 전반에 관여하는 소비자 팬슈머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펭수 프라모델./사진=인터넷 갈무리

◆ 맹목적인 지지 ‘NO’… 내가 키운다
팬슈머는 굿즈 제조 과정에 참여해 자신이 상품이나 브랜드를 키운 경험과 즐거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소비한다. 이들은 적극적인 소비에 나서지만 무조건적으로 지지만 하지 않고 비판과 견제도 일삼는다. 프로듀스 101 등 아이돌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습생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면 투표나 홍보하는 반면 학교폭력 등 구설수에 오르면 등을 돌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팬슈머는 ‘프로슈머’(Prosumer·참여형 소비자)보다 적극적이다. 팬슈머는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굿즈에 투자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육아 인스타그래머 A씨는 펭수 코스튬을 입힌 자녀와 함께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펭수 팬사인회에 참석했다. A씨는 “매스컴에 펭수 코스튬을 입힌 우리 아이가 나오자 신기하고 뿌듯했다”며 “펭수 굿즈로 인해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아이돌 팬클럽에서 시작한 팬슈머는 점차 영화나 캐릭터 등 콘텐츠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인스타그래머 B씨는 펭수 스티커를 직접 만들었다. B씨는 “연예인 덕질도 안했는데 펭수 덕질을 하게 될지 몰랐다”며 “펭수 굿즈가 없어 아쉬웠는데 나만의 아이템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 주변 지인들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수능교재 구매 시 펭수 굿즈를 증정하고 있는 인터파크는 지난달 11~17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0%까지 늘었다.

팬슈머들의 눈길을 끄는 콘텐츠는 비단 펭수 만이 아니다. 영화 캐릭터도 가세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팬슈머는 이들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CJ CGV는 영화 겨울왕국2 개봉에 앞서 ‘올라프 가습기’를 팔았다. 곳곳에서 품절사태가 발생하자 팬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올라프 가습기 추가 입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10만원짜리 한정판 엘사 인형은 품절 뒤 1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르는 품귀현상도 벌어졌다.


◆ 10만원짜리 ‘엘사’ 한정판 인형, 100만원까지

팬슈머 상품은 기존 아이돌을 소비한 10대뿐 아니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좇는 20~30대로 대상을 넓혀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팬슈머 상품은 자랑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와 개성을 분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며 “특히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얼리어답터’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팬슈머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저작권법 위반 등 불법상품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허락없이 개인소장 등의 목적을 넘어 수익 활동을 벌이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팬슈머 상품 일부가 판매 시 초상권, 저작권 침해 소지가 높아 우려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행사장 등에서 촬영하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등의 행위는 저작권법과 복제권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EBS 관계자도 “불법 굿즈 관련 팬들의 제보를 접수해 경고 등 조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담당하다보니 일부에선 팬들에게 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고등학생 C모양은 “텀블러, 에코백, 응원도구 등 다양한 상품을 제작하는 ‘홈마’(홈 마스터)가 DVD 제작을 명목으로 돈을 받아놓고 연락이 끊겼다”며 “한 사람당 최소 3만원의 피해금액이 있다. 몇개월이 지났는데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에 팬슈머 사이에선 소비·생산의 ‘올바름’을 추구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불법제품은 근절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소비 캠페인을 벌이는 식이다. 김 교수는 “팬슈머를 이끄는 젊은 층은 힘을 합쳐 자정·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