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DB
유례없는 ‘감염병 불황’이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신규채용이 축소됨은 물론 직원 구조조정과 무급휴가가 잇따랐다. 소비 침체로 자영업 경기가 위축되자 관련 업종의 아르바이트 일자리 등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정부는 기업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긴급 재난소득을 통해 소득이 감소한 근로자와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지원에 나섰다. 그럼에도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이다.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이 비정규직뿐 아니라 자회사나 외주업체 소속 직원의 정규직 직접고용 전환을 빠르게 진행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가미가 됐다. 국내외 교류가 중단된 상황에 취약업종인 공항, 철도, 도로 등 공공부문이 마비됐다.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 수많은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편집자주>
[MoneyS Report] 흔들리는 공공 일자리 ② 
매출 ‘뚝’… 불안에 떠는 노동자들

용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철도·공항 관련 공공기관 근로자들이 불안해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관련 공공기관들도 직격탄을 맞아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공공기관들의 고정 지출은 늘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용객 감소로 매출이 급감하며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이제 막 정규직 전환이 된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도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란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는다.


비정규직→정규직… 직접고용 전환 속도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2년 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매듭지었다. 코레일은 2018년 8월 정규직 전환 대상 6769명 중 생명·안전 업무 종사자 등 1513명을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5256명은 계열사에서 고용키로 했다.

당시 최종 합의에선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KTX 중·경정비 안전관리자, KTX 도장 관련 부품 분해·조립 업무 종사자 등 총 34명을 코레일이 직접 고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광역전철 역무, 건축물 유지보수 업무종사자 등 1196명은 계열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정규직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제3자회사(인천공항경비) 설립을 추진했고 지난 3월4일 자로 설립을 완료했다.
이용객이 급감해 한산한 서울역.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공사는 앞서 제1자회사(인천공항시설관리) 3800여명, 제2자회사(인천공항운영관리) 2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배치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공사의 소속 외 인력 비정규직은 9818명으로 공사 목표대로 상반기 내 제3자회사 3700여명도 고용을 완료할 경우 공사의 비정규직은 ‘0’이 된다.


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최근 상황이 어렵지만 정규직 전환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쇼크에 경영 ‘빨간불’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난 공기업들은 매출 하락으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근로자들은 임금불안에 시달리며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코레일은 올해 자체 예산을 포함해 노후 차량·시설 교체 등 안전 관련 투자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열차 이용자가 급감,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기존 사업은 물론 신규 사업 추진도 어렵게 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KTX 이용자가 3만명대까지 급감하며 개통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올 2월 말부터 전년대비 하루 평균 4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4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수익 감소는 4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상황이 악화됐지만 묘책은 없다. 코레일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등 불요불급한 경비성 지출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더 졸라맬 방침이지만 안전관련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황 여파에 매년 3월쯤 진행하던 신입사원 채용도 6월로 연기됐다”며 “다만 기존 인력의 정리해고 등은 아직까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용객이 급감해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사진=뉴시스 최진석 기자
세계 최고의 국제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20년 만에 일일 이용객이 9000명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자 지난달 말 공공기관 최초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공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인천공항 여객수요가 전년대비 90% 이상 급감하는 등 공항산업 생태계가 심각한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천공항의 일일 여객은 올 1월25일 최초로 전년대비 감소(-16.1%)하기 시작했다. 2월 넷째주는 -51.1%, 3월 셋째주는 -91.8% 감소했다. 넷째주에는 인천공항 개항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루 이용객이 9316명으로 집계됐다.

공사는 지난달 구본환 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대책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상황실을 설치했다. 공사 관계자는 “관련 추가 대책을 내부에서 수시로 논의 중”이라며 “비상경영체제로 전환되면서 앞으로 단계별 매뉴얼에 따라 공항이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최근 제2차 비상경영대책회의를 열고 “사상 최대인 1810억원 규모의 전방위적 지원대책을 선제 이행해 공항산업 생태계가 현재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상호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