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포스터 / 사진=JTBC
‘부부의 세계’ 방송 후 불륜 관심 증가
불륜 싹 트기 전 부부 문제 근본 파악 중요
“부부의 연을 맺으며 우리는 약속했다. 너만을 사랑하겠노라고. 그러나 약속은 버려졌고, 사랑은 배신당했다.” ‘부부의 세계’(JTBC, 2020년 3월27일~5월16일)는 사랑으로 맺어졌던 부부가 배신으로 증오가 시작돼 서로를 향한 복수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많은 시청자들을 빨아들였다.

1회부터 불륜을 드러내고, 2회에 복수를 결심하고, 3,4회에 이르러 맞불륜이 등장하고, 5,6회에 불륜 사실을 널리 알리고 이혼과 아들 양육권을 쟁취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회를 거듭하면서 시청률이 계속 올라가서 12회(5월2일)에서는 24.332%(닐슨코리아 제공)로 지금까지 비지상파드라마 시청률 1위 기록(스카이캐슬, 23.779%)을 넘어섰다.


서양판 막장드라마인 영국 BBC TV 채널의 ‘Doctor Foster’(닥터 포스터)가 원작으로 한국 정서엔 맞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과장되게 상황을 묘사함에도 시청률이 고공행진하며 올라간 배경에는 막장드라마에 대한 재미에 덧붙여 사람들 내면에 숨어있는 심리 세계도 있다.

불륜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
불륜을 겉으로 찬양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불륜을 행하는 사람들은 있고 그 불륜이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다. 불륜을 일부러 들키게끔 하려는 사람은 없으며 운이 나빠서 들키는 것이다. 다만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불륜을 인정하고 당당한 행보를 보이듯이, 예외도 있기는 하다.

불륜을 꿈꾸면서도 도덕심으로 인해 또는 가정이 깨지는 게 싫어서, 다른 사람들 비난이 두려워서 실행에 못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부부관계가 양호할 때는 불륜에 대한 유혹이 수면 아래 있다가 부부 관계가 악화될 때에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영향력을 나타낼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 지인이 불륜 저지르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적이 있다. 모른 척하며 발설하지 않고 지나갔다. 겉으로는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쇼윈도 부부였을지도 모른다. 불륜 사실을 알기 이전에 부부 사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었다.

남자는 사회적인 지위가 있으며 상당히 권위적인데 개방적인 성격의 부인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부인의 이기적인 태도에 분노를 드러낸 적도 있다. 어쩌면 부인이 남편 말을 순순히 잘 안 따르는 태도를 이기적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 부부 사이가 벌어진 상태에서 불륜이 행해진 것 같다. 이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이혼했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유능해 사회생활에 성공적인 그 남자는 외도 또한 부인 모르게 ‘성공적으로’ 이어간 것 같다.

불륜 극복하고 가정서 안정 찾기도
예일대 미술사 박사학위 위조로 2007년에 물의를 일으켰던 큐레이터 S씨는 유부남인 고위공직자 B씨와의 스캔들로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위조된 학력으로 미술계와 문화계의 요직을 차지하고 교수까지 됐지만 미술관 공금 빼돌린 혐의 등으로 실형을 살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석방 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집 ‘4001’에 B씨와의 교제 과정을 담대하게 써넣었다. “우리는 그 무렵 정말로 사랑에 빠졌나 보다. 술집에서 똥아저씨는 노래 부르다 말고 내게 첫 키스를 해왔는데 4시간 동안 키스를 나눴다. 그때부터 전화로 이메일로 사랑고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답장을 잘 안 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끊임없이 메일을 보냈다.”(131쪽)
법정에서 남자는 자신의 불륜을 진술했다. “제가 일출을 보러 가자고 제의를 해 동해안으로 갔습니다. 장시간 실랑이 끝에 성관계를 갖게 됐습니다. 관계 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첫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134쪽) 남자는 도덕적 잘못을 인정하고 공직생활을 그만뒀다. 2012년에 출간한 책 후기에서 크게 후회한다고 밝혔으며 가족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불륜이 파탄으로 치닫지 않고 가정에서 안정을 찾기도 한다.

불륜을 아름답게 묘사하기도
불륜이 막장이 아니고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원작소설이 미국에서 37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영화로도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남편이 죽고 평범하게 살던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 분)는 사망 후 화장해 어느 다리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자녀들은 유품을 정리하다가 어머니가 밝히지 않았던 수십년 전 이야기를 노트에서 발견한다. 사진작가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분)가 잡지에 실을 다리의 사진을 찍으려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해 남편과 두 아이는 박람회에 가고 프란체스카가 혼자 있는 농가에 머물게 된다.

사진작가가 머무는 나흘 동안에 서로 호기심을 느끼게 돼 관계를 갖는다. 로버트는 함께 그곳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자고 제안하는데, 프란체스카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족과 일생 단 한번뿐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사랑을 포기하고 떠나지 않는다. 유품에 그는 평생 동안 가족에게 충실했으니 죽어서는 로버트를 택하겠다고 적어놓았다.

미국에서 많은 중년 여성들이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받아서였을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잔잔하고 아름답게 묘사돼 있지만 엄연히 불륜관계다. 유부녀나 유부남의 불륜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영화나 드라마는 한국에서 국민정서상 만들기 힘들다.

예전에 불륜을 미화한 드라마가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때 비난이 쏟아지자 작가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불륜이라고 시비 거는 사람은 없다고 반론을 편적도 있다. 한국은 불륜이 아름답게 표현되면 비난을 받기 때문에 막장드라마가 돼야 한다.

결혼생활 안에서 원인 발생
일생에 단 한번뿐으로 느껴지는 사랑이 하필이면 결혼한 뒤 찾아왔을까 안타깝게 생각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영원히 진정한 사랑으로 남을지는 의문이다. 젊을 때 느끼는 사랑은 ‘한눈에 반한다’는 식으로 호르몬 영향을 많이 받지만 결혼해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사랑은 흔히 결혼생활 안에서 원인이 찾아진다.

이를테면 배우자가 자신의 상처를 해결해주리라 믿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면서 다른 상대를 찾고 싶어진다. 이럴 때 외도 자체만 비난하면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고 자칫하면 파국으로 간다. 외도는 하지 않더라도 배우자와 사랑 없이 살게 될 뿐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배우자는 자기의 삶이 힘든 것에 대해 무심한 데 반해 다른 사람이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보고 힘들겠다고 위로해주면 고민을 털어놓다가 사랑을 느끼는 단계로 넘어간다. 결혼생활에서 거의 사라진 안정감과 따뜻함을 상대방에게 느끼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을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결국 가정 안에서 나눠야 할 사랑의 에너지가 밖에서 표출된다.
불륜만 안하면 사랑 없이 살아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불륜의 가능성이 싹 트기 전에 부부 문제의 근본을 파악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 문제 해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부부 사이 대화다. 갈등이 깊어진 부부는 거의 대부분 대화를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다.

한쪽에서 대화를 시도해도 다른 쪽에서 거부하는 자세라면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입을 열면 공격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에 불륜의 상대는 흔히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줘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랑은 두 사람의 마음과 노력에 달려
사람들은 영원을 꿈꾸며 부부의 연을 맺는다. 혼인서약에서 신랑은 아무리 어려운 고난이 다가오더라도 언제나 신부를 사랑하며 아껴주고 지켜줄 것을 맹세한다. 신부 또한 언제나 신랑을 존중하며 신뢰하고 영원히 사랑으로 섬길 것을 맹세한다. 하지만 이런 맹세를 계속 되뇌면서 살아가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결혼할 때부터 불륜을 저지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고 배우자의 불륜 역시 상상조차 못한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해가면서 서서히 불륜을 꿈꾸는 사람이 생겨난다.

결혼이란 제도는 사랑을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아니다. 제도는 무늬만으로 부부가 살게 할 수는 있지만 사랑이 식은 것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사랑은 제도가 아닌 두 사람의 마음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고 깨질 수도 있다. 사랑이 식었어도 노력하고 시간이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불륜의 길로 들어서면 식어진 사랑을 되돌리기 힘들어진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6호(2020년 5월26일~6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